1916년 자혜의원 자리 서생리 일대
옛터 원형 보존 사업 준공
역사의 기억ㆍ상흔 징표인 건축물
훼손 속도 늦추는 작업 실시
전남 고흥군 소록도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이 최근 준공했다. 사진은 서생리 마을에서 바닷가를 바라본 전경. 국립소록도병원 제공
한센인들의 한(限)과 역사가 서려 있는 전남 고흥군 소록도의 잔존 건물들이 현재 모습 그대로 보존된다. 1920~70년대에 지어진 건물들이 그동안 방치돼 여기저기 붕괴되거나 훼손된 것을 더 이상 막아 옛터를 그대로 영구 보존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립소록도병원은 31일 병원 관계자와 한센인, 사업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내 첫 한센 전문 병원인 자혜의원이 들어선 ‘소록도 서생리 마을 옛터 보존사업’ 준공식을 가졌다. 소록도병원은 지난해 말부터 사업비 1억7,700만원을 들여 기존병사 6동과 쉼터 1동, 목욕탕 등을 정비하는 서생리 마을 보존 사업해 왔다.
건물 안전을 위협하는 등나무 등의 수목을 제거하고 방치된 생활폐기물을 처리하는 작업부터 그동안 방치되면서 구조적으로 위험한 건물 벽체와 지붕 등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수와 보강작업을 마쳤다. 환자들의 노동으로 생산되고 공사된 이 곳 건물의 일부 폐기물들은 마을길과 외부공간을 정비하는데 재활용했다..
이날 복원사업 준공식을 가진 서생리는 1916년 처음으로 한센인 전문병원인 자혜의원이 설립되면서 본관이 자리한 곳으로 의미가 크다.
1990년대 초까지 주민들이 생활한 곳으로 1920~1970년대 지어진 벽돌 건물들이 아직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나 더 이상 환자들이 거주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되어 건물은 여기저기 붕괴되거나 훼손된 곳이 많고 나무와 넝쿨이 뒤덮어 일반인들이 접근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에 소록도병원은 100년에 걸쳐 한센병 환자들이 살아온 소록도 건축물은 역사의 기억이자 상흔의 징표로 원형대로 보존해야 하고 훼손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이 사업을 실시했다. 또 환자들이 거주했던 마을의 병사와 편의시설들을 실측하여 자료로 정리하고 더 이상 허물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정비를 마쳤다.
국립소록도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오랜 시간 이 땅에서 생활한 많은 한센인들의 삶의 터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보존작업 중 하나”라며 “서생리 마을이 소록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산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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