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기 안정적인 투구로 포스트시즌 선발까지 내다보던 류현진(30ㆍLA 다저스)이 다시 주저앉았다.
류현진은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4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포함해 8피안타 6실점으로 무너졌다. 다저스가 4-6으로 패하면서 류현진은 6월 6일 워싱턴전 이후 11경기, 86일 만에 패전을 떠안았다. 시즌 7패(5승)째로 평균자책점도 3.34에서 3.71로 치솟았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 유일하게 4연패를 당하지 않았던 승률 전체 1위 다저스는 시즌 첫 4연패 늪에 빠졌다.
연이은 호투 행진으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신임을 쌓아 오던 류현진으로선 허탈한 경기였다. 류현진은 0-0이던 1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애덤 로살레스에게 초구 113㎞ 커브를 던지다 중앙 펜스 홈런 선 바로 위를 때리는 솔로 아치를 허용했다. 지난 13일 샌디에이고전 이후 3경기 만에 홈런을 허용한 류현진은 A.J. 폴락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천적’인 폴 골드슈미트에게도 초구 시속 143㎞ 직구를 통타 당해 비거리 132m의 대형 좌중월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3회에도 1실점한 류현진은 4회에는 선두 타자로 나선 타율 1할대의 크리스 허먼에게 중월 솔로포를 맞았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서 3홈런 이상을 내준 건 6월 12일 신시내티전(3피홈런) 이후 10경기, 80일 만이다. 류현진은 상대 투수 로비 레이에게도 중전 안타를 맞더니 데이비드 페랄타에게도 우전 안타를 내줘 무사 1ㆍ2루에 몰렸다. 로살레스를 병살타로 유도했으나 2사 3루에서 폴락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 실점했다. 5월 12일 콜로라도전(4이닝 8피안타 10실점 5자책)보다 많은 올 시즌 개인 최다 자책점(6개)이다.
전반기 류현진은 14경기(13선발)에서 72⅔이닝을 소화하며 홈런 15개를 허용했지만 후반기 들어 장타를 피하면서 이날 전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로 활약했다. 35이닝 동안 그가 내준 홈런은 딱 1개, 피안타 25개 중 2루타도 단 5개로 피장타율 0.270의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이날 제구력이 흔들리며 한가운데로 몰린 실투가 홈런 3개로 이어졌다. 후반기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거의 같은 비율로 던져 타자들을 혼돈시켰지만 이날은 포심 패스트볼 33개, 커터 28개, 체인지업 12개, 커브 5개, 슬라이더 2개로 빠른 공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변화구 제구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틀 전 미국의 유력 일간지 LA 타임스는 류현진의 후반기 호투가 “약 팀들을 상대했기 때문“이라며 활약을 평가절하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 와일드카드 1위의 강팀 애리조나전 호투는 그래서 중요했다. 이래저래 할 말 없어진 류현진이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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