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약속 어긴 노조 주장 수용”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에서 법원이 사실상 노조의 손을 들어주자 경제단체는 일제히 “노사 간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아 실망”이라며 반발했다. 신의칙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 제2조1항 신의성실의 원칙을 가리킨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1일 판결 후 “기존의 노사 간 약속을 뒤집은 노조 주장은 받아들이면서 지난 수십 년간 이어온 노사 합의를 신뢰하고 준수한 기업에 일방적으로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라는 것”이라며 “허탈감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기업환경조사본부장도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신의칙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상급심에서는 더 심도 있게 고려해 판단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최근 주요 재계 이슈에 침묵하던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모처럼 입을 열었다. 배상근 전경련 전무는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예측하지 못한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돼 산업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분쟁이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상임금의 개념과 범위, 신의칙 세부지침을 명확하게 정하는 입법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판단 기준을 제시했지만 하급심마다 판단이 달라 사회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기업들도 시한폭탄 같은 리스크를 안고 가야 해 어려움이 매우 크다”며 “기업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데 통상임금 부담마저 떠안게 될 경우 우리 기업의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과 투자는 위축되고 글로벌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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