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 美안보라인 면담
“야당ㆍ언론서 전술핵 재배치 요구”
北 SLBM 대비 핵잠 필요성 강조
내달 한미 연례안보회의 주목
핵잠은 기술력 충분해 현실성
패키지 협상 카드로 활용 가능성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30일(현지시간) 워싱턴DC를 찾아 전격 거론한 전술핵 재배치와 핵잠수함 도입은 선제타격을 제외하면 북한의 위협에 맞설 사실상 최후의 군사적 옵션으로 꼽힌다. 두 사안에 모두 소극적인 미 정부를 상대로 송 장관이 먼저 이슈화한 것은 10월 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우리가 원하는 핵심의제를 분명히 못박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국내의 안보 불안감을 부각시키는 압박 제스처로 미국이 적극 행동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송 장관은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잇따라 만나 “우리 야당이나 언론에서 전술핵 재배치 요구가 있다”고 언급했다. 탄두중량을 늘리는 미사일 지침 개정과 북한이 두려워하는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다. 국방부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아닌 언급 수준”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송 장관은 또 고도화하는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에 대응해 핵잠수함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전술핵 재배치는 그 민감성 때문에 미 정부는 물론 국내에서도 보수 진영을 제외하고는 대북 옵션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양국 장관간 깊은 토론은 없었고, 미 측도 소극적”이라며 전술핵 재배치 주장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왜 송 장관은 굳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무리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일까. 국방부 주변에서는 미 전략자산의 배치 수준과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노림수라는 해석이 우선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앞서 지난해 9월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10월 SCM에서 미 전략자산의 상시ㆍ순환 배치를 관철하려 했다. B-1B전략폭격기 등이 일정기간씩 교대로 한반도에 주둔해 미국의 확장억제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국은 난색을 표했고 지난해 12월 미 전략자산을 상시ㆍ순환 배치가 아닌 정례적으로 한반도에 전개하는 선에서 절충했다. 괌에서 출격한 B-1B와 일본에서 날아온 스텔스전투기 F-35B가 31일 오후 한반도에 출격해 실사격 훈련을 하고 돌아간 것도 그 일환이다. 일련의 과정을 반추해 보면, 아직까지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ㆍ순환 배치에 미련을 갖고 있는 국방부가 전술핵 재배치라는 여론을 등에 업고 미국과 높은 수준의 전략자산 배치 협상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송 장관이 핵잠수함 도입까지 함께 언급한 것에 비춰 전술핵과 핵잠수함을 패키지로 묶어 미국과 협상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핵잠수함은 잠항시간이 길어 물속 SLBM 도발을 차단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일본, 중국 등 주변국의 군비확장에 명분으로 활용될 우려가 크고, 핵이라는 강렬한 어감 때문에 비확산을 강조하는 미국이 내키지 않는 방식이다. 다만, 미국에서 도입해야 하는 전술핵과 달리 핵잠은 우리 기술력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이에 송 장관은 미국을 향한 국내 여론몰이를 위해 9월 말 민간 안보단체 주관 행사에서 축사를 통해 핵잠수함 도입 필요성을 강조할 예정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정치적 파장까지 감안하면 전술핵 재배치 보다는 핵잠수함 도입이 좀더 현실성이 있다”며 “미국을 상대로 두 사안을 어떻게 조율할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