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마을에 일제강점기 건물 등
산책하며 30여 건물서 전시 관람
동대문에선 50개 도시 공공프로젝트
평양 중산층 가정 재현도 눈길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서울 종로구 돈의문(서대문) 일대에는 일식 주택과 도시형 한옥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다. 이 한옥들은 고도성장 시기를 거치며 경사진 지붕의 프랑스식 건물로, 다시 콘크리트와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현대식 건물로 대체됐다.
이처럼 콘크리트 일변도로 변해가던 돈의문 일대에 옛 건물들이 돌아온다. 9월 2일 개막하는 ‘2017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요 전시장인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한옥과 일제강점기 시대 건물, 1970년대 여관 등으로 채워졌다.
개막을 이틀 앞둔 31일에도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을 중심에 자리잡은 ‘도시건축센터’ 역시 이날 리모델링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이 건물은 과거 유한양행과 현대제철 사옥으로 쓰인 적이 있다.
마을 한 쪽에 자리 잡은 비엔날레 식당과 카페도 개점준비로 분주했다. 인도 첸나이에서 초청한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탈리, 태양광으로 구운 빵, 도시양봉 꿀로 만든 차 등을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건물마다 1∼2개씩 전시가 열린다. 관객들은 30여개 건물 곳곳을 돌아보면서 도시 문제와 해법을 고민해 볼 수 있다. 비엔날레 이후에도 역사전시관, 유스호스텔, 서점, 건축설계사무소 등이 들어서 서울시민들의 삶의 터전으로 활용한다.
이날 도시건축비엔날레 프레스투어에 참석한 민현식 건축가는 “옛것을 싹 쓸어 버리고 새로운 형식의 건물을 짓는 것을 건축계에서는 ‘창조적 파괴’와 모더니즘이라고 부른다”며 “모더니즘 시대는 ‘권력의 건축물’로 채워졌던 반면 새롭게 단장한 돈의문 마을에는 ‘서민의 건축물’이 들어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비엔날레의 또 다른 무대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는 세계 50개 도시의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도시전’이 열린다. 평양 아파트를 그대로 재현한 ‘평양살림’ 섹션이 대표적이다. 26년간 평양에서 생활하다 탈북한 문유진씨는 “북한 중산층 가정에서 볼 수 있는 가구, 가전용품, 집기, 커튼 등을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일본 도쿄 ‘야네센 거리’를 소개한 섹션에서는 80년 된 커피숍, 120년 된 과자가게 등 일본 고유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야네센은 야나기, 네즈, 센다기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창신동ㆍ세운상가ㆍ을지로 일대 등 서울의 도심제조업 현장 역시 서울비엔날레를 찾은 시민들이 눈여겨볼만한 장소다. 이곳에서는 의류ㆍ금속ㆍ인쇄 등 도심 제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생산도시 프로젝트’와 식량문제를 식음료와 도시농업으로 체험해 보는 ‘식량도시 프로젝트’ 등이 진행된다.
서울비엔날레는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한 국내 첫 학술ㆍ전시 축제로, 11월 5일까지 이어진다. 배형민 서울비엔날레 국내 총감독은 “2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현장 토크쇼, 영화상영, 대중강연 등 개막주간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서울비엔날레의 힘찬 시작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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