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자 더 작아 흡입시 폐에 치명적
3m 이내 수시간 공기 중 떠다녀

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을 분사하면 인체 호흡기 깊숙이 침투해 유해할 수 있는 나노물질이 대거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윤충식 교수 연구팀은 시중에 판매 중인 8종의 스프레이 제품을 시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환경 분야 저명 과학저널인 ‘환경과학기술’(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7월호 표지 논문(제1저자 박지훈)으로 발표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스프레이 형태의 생활화학제품에는 인위적으로 생산된 나노물질이 첨가되며,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나노물질은 지름이 1∼100나노미터(㎚)로 초미세먼지(PM2.5)보다 작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분의 1이다.
연구팀은 압축가스에 의해 분사되는 ‘압축형’ 스프레이 제품 5종(가구 세정제 1종, 에어컨 탈취제 2종, 기능성의류 코팅제 2종), 손으로 잡아당겨 분사하는 ‘분무형’ 3종(유리 세정제 1종, 방향제 2종)을 대상으로 시험했다.
압축형 제품을 분사할 때 발생하는 입자 중 100㎚ 이하의 작은 나노 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80∼85%에 달했고, 초미세먼지 크기 기준으로는 99%였다. 이들 입자는 분사된 곳으로부터 3m 지점까지 이동해 수 시간 이상 지속해서 공기 중에 떠 있었다.
분무형 제품은 압축형 제품보다 크고 무거운 입자가 많아 사용자의 호흡기 노출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큰 입자는 분사됨과 동시에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사용 전 실내의 공기 수준과 차이가 없었다.
폐포에 침착되는 나노 입자 수 분석에서도 압축형이 분무형보다 4.8~15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허파꽈리에 다다르기 전 기관지에 침착되는 입자수도 압축형이 분무형의 1.5∼5배에 달했다. 압축형 스프레이 제품을 1m 이내 근접거리에서 분사하면 2m 이상의 먼 거리에서 분사했을 때보다 폐나 기관지에 1.2∼4배 더 많이 침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윤충식 교수는 “스프레이 제품에 들어있는 나노 물질은 그 성분과 상관없이 초미세먼지 이상으로 폐에 잘 침착할 수 있는데도 그런 위해성이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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