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택시기사 김종규(가명ㆍ58)씨는 시내 공중화장실 위치를 꿰고 있다. 여의도 공원, 신림동 봉림교, 양재 시민의 숲, 대학로 서울대병원 건너편 등이다. 사무실 없이 서울 내 곳곳을 돌아다니는 직업이다 보니 그 때 그 때 쓸 만한 화장실을 미리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기사들의 고충 1위, 운전 중 화장실 찾기가 쉬워진다. 택시기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유소 화장실을 더 마음 편히 쓸 수 있게 각종 화장실 용품도 지원된다.
서울시는 31일 서울시내 7만2,000대 택시 카드단말기에 화장실 앱이 설치된다고 밝혔다. 카드단말기 화면의 화장실 표시 그림을 터치하면 운전자의 현재 위치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화장실들이 지도에 뜬다. 5,015개 화장실의 위치는 물론 운영 시간 정보도 제공한다. 서울시는 23일부터 법인택시인 오케이(OK) 택시에서 해당 앱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시내 모든 택시에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택시기사들이 애용하는 주유소 화장실에 화장지, 비누, 세제 같은 화장실 용품(월 2만5,000원 상당)도 지원된다. 주유소협회에서 분기마다 구매해 443곳 개별 주유소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운수업계 종사자들은 업무 시간 중 마땅한 화장실을 찾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가 올해 4월 택시기사 3,1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장실 이용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업무 시간 중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기사 대부분(74%)은 업무 중 노상방뇨 경험이 있었고 심지어 차량 내 소변통을 비치한 적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24%)도 적지 않았다.
또 운행 중 주로 주유소 화장실(89%)을 이용하지만 화장실만 이용하면 눈치(78%)가 보이거나 과반 넘게 화장실 이용을 거절당한 경험(62%)이 있을 정도로 택시기사와 주유소 간 갈등도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유소 화장실은 관련 규정 상 공공기관 화장실과 같은 공중화장실에 속한다. 공중화장실 설치와 운영이 주유소 허가 사항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간이 운영하다 보니 공공기관처럼 누구에게나 상시 개방된 화장실처럼 이용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정책을 통해 택시기사의 화장실 이용 불편이 다소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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