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허리를 감싸 안거나 손등을 쓰다듬는 교사의 행위는 친밀감을 높이려는 교육철학으로 간주할 수 없는 명백한 ‘추행’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교사 전모(50)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신체적으로 성숙한 15, 16세 여학생들의 허리를 감싸 안거나 엉덩이 윗부분을 치거나 손등을 쓰다듬는 행위는 친분을 쌓기 위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교사의 행위는 추행이며, 고의성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법원은 이어 “그럼에도 신체접촉을 통해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이려는 교사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거나 손, 팔 등이 성적으로 민감한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2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강원의 한 고교 1학년 담임교사인 전씨는 2015년 3월부터 8월까지 15, 16세인 여고생 7명을 추행한 혐의로 그 해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정씨는 교실에서 A양의 허리를 감싸 안거나 복도에서 엉덩이 윗부분을 손으로 툭 치는 등으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교무실에선 자신의 전달사항을 받으러 온 B양의 허리도 감싸 안고 손을 쓰다듬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C양의 팔목을 잡아 끌어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는 등 교사의 지위를 이용해 제자들에게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반복했다.
1심 법원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해서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벌금 700만원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장기간 다수 학생을 상대로 (신체접촉을) 한 것은 교사의 주장과 같이 신체접촉을 통해 친밀감이나 유대감을 높이고자 했던 교사의 교육철학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어 “당시에는 성적인 불쾌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사후에 피해자들끼리 얘기를 나누면서 비로소 성적인 수치심으로 받아들였을 여지도 있으며, 피해 감정을 다소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에 대해 대법원은 “추행과 그 고의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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