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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영화]‘로마의 휴일’이 여성을 다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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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영화]‘로마의 휴일’이 여성을 다루는 방법

입력
2017.08.3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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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휴일'이 개봉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로마의 휴일'이 개봉했다. 메가박스플러스엠 제공

한국영화에서 여성 캐릭터가 부당하게 다뤄진 적은 많았다. 영화 ‘로마의 휴일’은 여성에 대한 질 낮은 시선으로 불쾌함을 준다는 데서 잘못된 영화들을 답습하고 있다. 벌거벗고 치욕 당하는 여자들의 모습을 한국 관객들은 언제까지 봐야 하는 것일까.

3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로마의 휴일’은 개봉 첫 날인 지난 30일 하루 동안 전국 415개 스크린에서 2만 439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8위를 차지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영화가 누리는 개봉 첫 날 특수를 받지 못한 채 겨우 10위 권 안에 안착한 것.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웃음코드 뿐만 아니라 잘못 그려낸 여성상이 한 몫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마의 휴일’은 배우 임창정, 공형진, 정상훈 등이 출연한 작품으로, 엉뚱하지만 진한 우정을 자랑하는 삼총사가 인생역전을 위해 현금수송 차량을 털고 나이트클럽에 숨어들면서 벌어지는 기막힌 인질극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요즘 충무로의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의 주인공도 남자다. 다만 범인인 주인공과 함께 100여 명의 인질들이 함께 극을 끌고 간다는 데서 차별점을 둘 수 있다.

즉 공식적으로 주인공은 세 명이지만 시선을 둘 만한 인물들이 많기에 극이 풍성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로마의 휴일’에서는 매력적인 인물이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이덕희 감독은 인질들마저도 남성과 여성을 철저히 나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나이트클럽이며 깡패 및 포주와 여자들의 관계는 남성적인 시선에서 한 치의 오차도 벗어나지 않는다. 인질범으로 잡힌 여자들은 주로 남자들에게 매여 있는 신세이고, 남자들은 변태 재벌이거나 경찰, 특공대, 깡패로 등장한다.

※ 아래 글에는 ‘로마의 휴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인질과 범인의 맥락 없는 로맨스다. 먼저 인질인 여자1(이름이 등장하지만 큰 의미 없다) 유란(한소영 분)은 자신을 인질로 잡은 범인 두만(정상훈 분)과 사랑에 빠진다. 딱히 어떤 이유도 없이 인질이 범인에게 갑작스럽게 반하는 것. 이후 범인의 인간적인 모습이 나오지만 이는 이미 유란이 그에게 반한 뒤의 일이다.

또 앞서 유란은 재벌 남자가 스폰을 해준다는 말에 관계를 맺는 도중 우연히 이곳에 끌려온 상태다. 나이트클럽에서 그가 변태 남성에게 당하는 신은 남성을 희화화한다는 목적으로 등장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로 만들었지만 불쾌함을 줄 뿐이다.

여자2 애리(서은아 분)는 주인공 인한(임창정 분)의 동정심을 받는 인물이다. 감동 코드 중 하나로서 극을 이끄는 인물이지만 결국 그는 미혼모로서 모성을 드러내며 인한을 각성시키는 것에 그친다.

마지막으로 모든 인질들이 구출된 이후에도 불편함은 계속된다. 갑자기 여자들은 나이트클럽에 간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 시작한다. 풀려나는 인질 역을 맡은 단역 여자3은 결혼을 앞둔 여자이며, 여자4는 이미 결혼을 한 여자이기 때문에 집안에 용서를 빈다. 여자5는 미성년자다. 감독은 갖가지의 잘못된 이미지를 여성캐릭터로 표상화 시킨 후 여성들을 비난하고 만다.

앞서 이덕희 감독은 “인질과 인질범들 사이의 해학과 재미를 중요시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다양한 인물군이 인질로 등장했다면 이 영화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주희 기자 lee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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