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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승리 땐 국정원 없어진다’ 녹취록도 유죄 결정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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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승리 땐 국정원 없어진다’ 녹취록도 유죄 결정타

입력
2017.08.3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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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판단 기준은

‘시큐리티’ 증거로 인정 안됐지만

최근 국정원이 자체 조사 제출한

10여 건의 추가 자료도 큰 영향

인터넷 글 범위도 탄력적 해석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배우한 기자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치소로 향하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배우한 기자

“선거운동은 특정 후보자의 당선 내지 득표나 낙선 위해 필요한 모든 행위를 말한다. 단체(국가정보원)가 지향하는 목적에 따라 기존 활동(심리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행위라 해도 선거운동 성격이 인정된다면 마땅히 공직선거법 규제를 받아야 한다.”

원세훈(66)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4년 실형을 선고한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 김대웅)는 수년 간 이어온 ‘댓글 공작이 과연 불법 선거개입에 해당하느냐’에 대한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했다. ‘문재인 후보가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 수감된 전과가 있네요’(2012년9월) ‘올바른 안보관을 갖고 있는 박근혜만이 해답’(2012년10월) 등 대선 기간에 특정 후보의 당ㆍ낙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글을 의도적으로 게시한 행위는 선거운동에 해당한다는 분명히 한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 국정원 심리전단팀이 18대 대선 당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나 비방 댓글 등을 올린 행위가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혐의 인정 여부에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 트위터 계정 파일‘시큐리티’과 ‘425지논’을 1심ㆍ대법원과 마찬가지로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A4용지 420여장 분량 파일인 425지논은 2012년 4월25일부터 12월5일까지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을, 시큐리티는 A4용지 19장 분량의 텍스트 파일이다. 시큐리티에는 국정원이 사용한 트위터 계정 269개 등이 포함돼, 이를 증거로 인정한 2심에선 국정원이 13만개의 선거운동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가 시큐리티 등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는데도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이 선거법 위반 혐의라고 인정한 건, 기존에 제출된 게시글, 댓글, 트위터글만으로도 충분히 선거운동이라고 볼 지점이 많았던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법 무죄를 준) 1심 판단대로 국정원이 별도의 팀을 구성했다는 등 구체적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활동 자체가 선거운동 목적으로 인정되는 이상 혐의를 부정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설명했다.

최근 국정원이 자체 조사해 검찰에 제출한 각종 문건도 재판부 심증 형성에 영향을 줬다. 재판부는 국정원의 2009년 6월 19일자 부서장 회의 녹취록, 청와대에 보고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등 10여 건의 문건을 선거법 위반 혐의 유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문건에는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등 국정원이 당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 다수였다.

선거운동에 해당하는 인터넷 글의 범위도 2심 재판부와 다르게 인정했다. 2심은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확정된 2012년 8월20일 이후 심리전단 활동만을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파기환송심에선 시기를 좀 더 탄력적이었다. 특정 개인 후보 지지ㆍ반대글은 후보자 출마선언일 이후로, 특정 정당 지지ㆍ반대글은 각 정당이 후보자를 확정한 날짜 이후 행위를 선거운동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지지 행위의 경우 2012년 7월10일 출마선언 당일부터 선거운동으로 봤다.

원 전 원장 측은 재판 결과에 상고할 뜻을 밝혀 공은 또 대법원으로 넘겨졌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대법원이 사건을 파기환송한 이유는 시큐리티 등 증거능력 인정에 대한 법리 오인 여부를 판단하라는 취지였을 뿐”이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를 인정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뒤엎을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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