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6월 1심 판결 뒤집혀
사물 변별, 의사결정 능력 현저히 떨어진 점 고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수십 번 훔친 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남성이 범행 당시 알츠하이머와 혈관성 치매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있다는 점을 고려한 재판부의 결정이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5)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11일 모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 1개를 훔치는 등 4개월 간 총 85차례에 걸쳐 10만4,900원 어치의 아이스크림을 훔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수 차례나 붙잡혔다 훈방됐는데도 아이스크림을 계속 훔치고, 체포를 피하려고 피해자에게 상해까지 준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와 변호인은 “범행 당시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없었다.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그리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와 변호인의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선고에는 A씨를 정신 감정한 치료감호소장의 의견이 크게 반영됐다. 해당 치료감호소장은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환자인 피고인은 현재 대부분의 인지 능력이 저하됐고, 자신의 육체를 스스로 돌보는 기능 장애, 현실 판단력 장애 등의 증세를 보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신 상실로 평가할 수 있고, 범행 당시에도 현재와 같은 정도의 정신 상태를 보였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법정에서 다른 사람의 말은 물론, 처한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의사도 표현하지 못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인지 기능이 현저히 저하돼 사물 변별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상실된 상태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앙형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교도소 수감 이후에도 벽지, 비누 등 음식물 이외 것들을 먹는 등 음식물과 비음식물을 구분하지 못했고, 대ㆍ소변 구분, 식사 시간, 호출벨 작동 등 기본적 생활수칙, 교도소 수용규칙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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