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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 희망 아웅산 수치, 절망의 상징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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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민주주의 희망 아웅산 수치, 절망의 상징 되나

입력
2017.08.3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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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로힝야족에 박격포 사격

국경서 학살 일어나는데 방관

군부 그늘서 반인권적 행보

희망 품었던 지지자들 돌아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2015년 10월 로힝야족 주요 거주지인 라카인주 탄드웨에서 열린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자문역이 2015년 10월 로힝야족 주요 거주지인 라카인주 탄드웨에서 열린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선거 유세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지난해 3월, 반세기 만에 사실상 첫 문민정부를 맞이한 미얀마는 희망에 차 있었다. 의회는 ‘민주화 영웅’ 아웅산 수치(72)만을 위해 국가자문역 자리를 신설해 최고 실권을 부여했고, 수치도 기대에 부응하듯 군부에 저항하던 정치범 수십명을 석방 또는 무혐의 처리했다. 민주화를 위해 15년 가택연금을 견딘 수치가 군부 그늘을 걷어내고 ‘미얀마의 봄’을 이끌 것이란 기대가 국제사회에도 가득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수치 국가자문역을 향한 시선은 냉담하기 그지없다.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정부군의 탄압을 묵인, 갈등을 부추기는 수치를 두고 그의 오랜 지지자들마저 돌아서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AP통신은 전했다. 1990년대에 수치 구명운동을 펼치다 투옥됐던 의사 겸 인권활동가 마 티다(51)는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을 방관하는 수치에게 더이상 좋은 수식어를 붙이기 어렵다”라며 “그가 국가 전체를 바꿀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인권 친화적인 행보를 보일 줄 알았다”고 비난했다. 그 외에도 인권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수치의 반인권적 태도에 대한 의심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이날도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유혈 진압을 멈출 의사가 없음을 공표했다. 타웅 툰 국가안보자문역은 최대도시 양곤에서 유엔기구 관계자 및 현지 주재 외교관이 참석한 가운데 서부 라카인주에서 진행 중인 로힝야족 반군단체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과 경찰 간 충돌에 대해 설명했다. 툰 자문역과 초 스웨 내무장관 등은 모두 ARSA를 ‘테러단체’라고 규정하며 “테러범들이 영토 확보를 위해 25일 경찰초소 30여 곳을 급습했다”고 소탕전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반면 ARSA는 수차례 성명을 통해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한 군의 잔혹 행위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성격의 사건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사건 이후 로힝야족 주민의 고통은 한층 커지고 있다. 이번 충돌로만 미얀마 군경 12명과 민간인 10여 명을 포함해 110명가량이 숨졌다. 방글라데시로 월경을 시도하던 주민 6,000여명이 국경지대에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27일에는 정부군이 이들 난민을 수십 발의 박격포탄ㆍ기관총으로 공격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이미 2012년 이래 1,000명 이상의 로힝야족을 사살한 군이 인종 청소에 속도를 낸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지만 수치 정권은 언론 통제 등으로 외부 개입을 막고 있다.

현지에서는 수치가 군부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이처럼 반인권적인 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해석이 많다. 국가자문역이 최고 실권자이긴 해도 사법, 지방자치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한 군부를 맘껏 다룰 수 없어 눈치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AP통신은 한 관계자를 인용해 “군은 얼핏 수치와 손을 잡은 듯 보이지만 탁자 아래서 끊임없이 그를 발로 차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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