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도발 위협에 무게 두면서도
조건 달아 대화ㆍ협상 여지
美에 공 넘기며 벼랑 끝 전술
내달 9일 北 정권수립일까지 고비
ICBM급 미사일 발사하거나
핵실험 카드 쓸 가능성도
북한은 30일 전날 감행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에 대해 “괌 견제를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며 괌 포위 사격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김정은은 “태평양 향해 미사일훈련을 많이 할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추가 도발 의지를 드러냈지만 “미국의 언동을 계속 주시할 것”이라며 조건을 달기도 했다. 도발 이후에 공을 상대편으로 넘기는 전형적인 수법을 거듭한 셈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 북한의 향후 선택과 행보에 따라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갈림길에 서게 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전날 화성-12형 발사 참관 사실을 전하며 “중장거리탄도로켓의 실전운영 능력을 확정하기 위해 불의적인(임의의) 기동과 타격을 배합해 진행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특히 “이번 탄도로켓 발사훈련은 우리 군대가 진행한 태평양상에서의 군사작전의 첫 걸음이고 괌도를 견제하기 위한 의미심장한 전주곡”이라며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삼고 탄도로켓 발사훈련을 많이 하여 전략 무력의 전력화, 실전화, 현대화를 적극 다그쳐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 매체가 사용한 단어들에는 북한의 추가 도발 의지가 가득하다. 특히 김정은은 이번 미사일 발사와 관련, "전략군이 진행한 훈련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합동군사연습에 대한 단호한 대응조치의 서막일 따름"이라고 공언, 북한이 31일로 예정된 UFG 종료 전후에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최근 위협적 언사들이 결코 내부 결속용이나 단순 위협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이번처럼 괌을 겨냥한 무력도발을 상시적으로 감행하거나 재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과 일본의 강경 대응 움직임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IRBM발사 직후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군사적 대응 조치를 배제하지 않았다.
북한이 추가 도발로 나간다면 다음 달 9일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까지가 고비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5차 핵실험도 북한의 정권수립 기념일 당일 전격적으로 이뤄졌던 점에 비춰 북한이 핵실험 카드를 들고 나올 수 있다는 분석도 없지 않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2∼3번 갱도 상태 등을 설명하면서 "북한은 김정은의 결단이 있으면 단기간의 준비로 언제든지 핵실험을 할 수 있도록 갱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북한과 김정은의 이날 메시지에는 추가 도발과 관련한 위협에 무게가 실려 있지만 협상과 대화를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적어도 북한이 판 자체를 깨겠다는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은 만큼 협상과 대화 무드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에 기대감을 걸고 있다”며 “최근 미국의 대북 유화적 태도 역시 중국의 역할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미훈련이 종료된 뒤 북한도 당장 도발 명분은 없는 만큼 이 기간 국면 전환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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