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서 복귀 기초의원 문제
“한솥밥 경쟁 교통정리 못하면
보수 표 날아가고 총선도 위험”
김무성ㆍ정진석 주최 토론회에
보수 야당 의원들 30여명 참석
“정책연대 넘어 당 통합도 고민”
보수야당 내부에서 보수통합론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 공천이라는 현실적 문제에 직면하면서 바른정당은 물론 자유한국당도 지역 정가로부터 거센 통합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연대의 핵심 고리인 바른정당 내에선 국민의당과의 중도연대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어 야권의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보수야당이 최근 직면하고 있는 숙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공천을 어떻게 정리하느냐다. 특히 지역구 의원이 바른정당으로 당적을 바꾸면서 한국당을 탈당했으나 지난 대선 직전 바른정당 지지율이 좀처럼 뜨지 않자 한국당으로 돌아온 기초의원 등이 가장 뜨거운 감자다. 이들은 이미 당협위원장을 갈아치운 한국당과 이제는 당적이 다른 지역구 의원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양측에 정치 지분을 요구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고 한다.
바른정당 입장에선 새로 공천 후보자를 내 한솥밥을 먹던 이들과 경쟁하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국당도 이들에게 공천을 주지 않고 ‘찬밥’ 취급했다간 보수 표가 달아날 우려가 있어 고민이다. 바른정당 한 의원은 “적게는 수백 표에서 많게는 수천 표를 모으고 있는 기초의원들의 요구를 무시했다간 3년 뒤 총선에서 지지 기반을 잃을 각오를 해야 한다”며 “지역구 기초의원 교통정리를 못하면 당장 내가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꼭 이런 지역구가 아니더라도 “보수가 쪼개져 복수로 후보자를 내면 선거는 어쩌려고 하냐”며 당장 결론을 내라는 지역 보수층의 압박이 크다고 한다.
통합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보수야당의 현실은 30일 김무성 바른정당ㆍ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열린 토론 미래’ 행사장에 나타난 30여명의 의원들의 모습에서 확인됐다. 양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전직 당 대표(김무성 의원)와 전직 원내대표(정진석 의원)가 손을 맞잡자 보수통합의 물꼬가 될지 겨눠보는 탐색전이 치열했다. 토론장에는 한국당 내 복당파인 김성태ㆍ김학용ㆍ이군현ㆍ홍일표 의원은 물론, 비박계 강석호ㆍ안상수 의원 등이 참석했다. 여기에 친박계 이만희ㆍ정종섭 의원 등과 무소속 이정현 전 대표도 현장에 나타나 분위기를 살폈다.
바른정당에선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세연 정책위의장 등 당 지도부를 포함,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12명의 의원이 참여했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워낙 지역에서 시달리는 데다 당내에선 흡수통합이니 재창당이니 주장만 난무하고 도저히 답이 안 보여 일단 와 봤다”며 “토론 모임이 좀 더 생산적인 통합 논의의 장이 된다면 얼마든지 더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 주최자인 김무성ㆍ정진석 의원도 토론 모임이 보수통합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 의원은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책연대로 시작해 당 통합으로 가는 고민도 많이 하고 있다”고 답했고, 정 의원도 “관련 논의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호응했다.
바른정당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방점을 찍으면서도 국민의당과의 중도연대도 포기하지 않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중도파인 하태경 최고위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회의원ㆍ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보수진영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색깔론, 빨갱이로 매도한 데 대해 보수를 대표해 공개적으로 사과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김태일 국민의당 전 혁신위원장을 초청해 ‘신4당 체제 하 정치개혁연대의 과제와 방향’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여러 갈래로 승리의 방정식을 찾아야 하는 만큼 국민의당과의 채널도 당분간 놓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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