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공작 결과 이명박 정부 청와대, 김관진(국방장관)ㆍ한민구(합참의장)에게 매일 아침 7시 보고됐다.” 이명박 정권 시절 ‘댓글부대’ 핵심 간부의 실명 증언이 터져나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0~2012년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공작’에 가담했다고 증언한 김기현 당시 530심리전단 총괄계획과장(1과장)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김씨는 당시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를 지원받았으며 댓글공작 결과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실과 김관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에게 날마다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광범위한 댓글공작 실태를 규명할 수 있는 결정적 증언이지만 KBS보도국장단은 “물증이 없다”는 이유로 보도를 막았다.
새노조가 공개한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김씨는 정보 분야에서 30년간 일한 군 정보의 베테랑이다. 김씨는 2010년 군 사이버사령부가 창설될 때 총괄계획과장 예산ㆍ보안 등을 총괄했다. 김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진보로 분류된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 댓글공작을 벌였다”면서 “120여명의 대원이 벌인 공작 결과를 오전 7시쯤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도 직접 공작에 가담했다. 6~7개의 아이디를 사용해 ‘좌파’ ‘종북’ ‘빨갱이’ ‘김정은 앞잡이’ ‘북한으로 가라’ ‘국익에 좀먹는 XX’ 등의 댓글을 남겼다. 이어 “국정원이 주기적으로 댓글공작 부대원들에게 현금을 지원했고, 나 역시 매달 25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씨에 따르면 보고서는 ‘A형’ ‘B형’ ‘C형’으로 분류돼 매일 오전 7시 청와대, 김관진 국방장관, 한민구 합참의장, 국방부 정책실장 등에게 전달됐다. ‘A형’은 종이 한 장 정도 분량으로 하루치 댓글공작 결과를 정리한 ‘대응작전 결과 보고서’다. ‘C형’은 9장 정도로 통상적인 온라인 동향 보고서, ‘B형’은 ‘C형’보고서를 서너 장 정도로 압축한 형태였다.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에는 세 보고서 모두 전송됐다.
앞서 2012년 대정부질문에서 김관진 당시 국방장관은 댓글 공작을 부인하면서 “사이버사령부 상황보고는 북한의 해킹 시도에 관련된 건, 북한의 사이버 대남 심리전”이라 밝힌 바 있다.
KBS 보도국장단은 그러나 이 김씨 인터뷰 보도를 막았다. 인터뷰를 성사시킨 이재석 KBS 국제부 기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8일 박종훈 KBS기자협회장을 통해 김환주 KBS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을 만나 TF팀을 구성하거나, 저를 사회부로 파견해 취재하는 계획을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성재호 새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 때도 ‘최씨가 대통령 측근이라는 물증을 가져오라’며 막았다”며 “권력 비판 보도애는 늘 ‘물증’ 타령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KBS 기자협회 소속 470여명은 지난 28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가 각종 뉴스 프로그램이 축소, 결방되고 있다. KBS PD협회도 30일 오전 7시부터 670여명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더불어 KBS PD 간부 88명도 이날 고대영 사장의 모든 지시를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보직을 사퇴했고, 기자 보직자(부장, 팀장, 앵커) 33명도 사퇴의 뜻을 밝혔다.
글ㆍ사진=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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