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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 15분이면 달팽이 요리가…냉동식품 맛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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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븐에 15분이면 달팽이 요리가…냉동식품 맛 ‘레벨 업’

입력
2017.08.3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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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혼밥족 겨냥 고급화 전략

롯데, 전문매장 ‘프리지아’ 선보여

CJ는 서양식 브랜드 ‘고메’ 인기

올 연말까지 800억원 매출 기대

대상, 맛집 제휴 ‘집으로ON’ 출시

국내 최초 냉동식품 전문매장 ‘롯데프리지아’에서 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달팽이요리. 롯데슈퍼 제공
국내 최초 냉동식품 전문매장 ‘롯데프리지아’에서 9,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달팽이요리. 롯데슈퍼 제공

23일 서울 강남의 거래처로 외근을 나왔다가 출출해진 직장인 김상희(44)씨는 반포동 신논현역 인근 165㎡(약 50평) 규모의 냉동식품 전문매장 ‘롯데프리지아’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4개 벽면에 진열된 약 20개 대형냉동고 안에 애피타이저(수프 등), 메인요리(스테이크ㆍ파스타 등), 후식(아이스크림) 등 국ㆍ내외 냉동식품 1,200여종이 분류돼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 특히 고급음식으로 알려진 달팽이 요리가 단돈 9,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 제품은 갓난아기 주먹만한 크기의 식용달팽이 12마리(96g)를 파슬리, 마늘, 버터로 양념해 조리한 것으로 오븐에 15분 정도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달팽이요리를 구매해 먹어본 그는 “달팽이요리를 태어나서 처음 먹어봤는데, 맛이 좋았다”며 “싸구려 음식 이미지가 강했던 냉동식품이 정말 고급스러워졌다”고 만족해했다.

1, 2인 가구와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즐겨 찾는 냉동식품도 진화하고 있다. 냉동식품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매장이 들어서고, 업체들은 달팽이 요리 같은 고급 음식이나 유명 맛집과 제휴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고, 음식점 못지 않은 품질(맛)을 갖춘 냉동식품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국내 최초 냉동식품 전문매장 '롯데프리지아' 내부 모습. 롯데슈퍼 제공
국내 최초 냉동식품 전문매장 '롯데프리지아' 내부 모습. 롯데슈퍼 제공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슈퍼는 지난 17일 국내 최초로 냉동식품 전문매장인 ‘롯데프리지아’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은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만두, 피자, 파스타는 물론, 달팽이 요리, 콩으로 만든 스테이크, 영국 대중음식인 피시&칩스 등 다양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찌게나 볶음밥에 바로 넣어 요리할 수 있도록 당근 양파 등을 잘게 잘라놓은 냉동채소, 영유아가 먹을 수 있도록 60g 단위로 잘게 다진 이유식용 한우, 당근 브로콜리 감자 100%로 만든 영유아 퓨레도 있다.

매장 한쪽에는 전자레인지와 테이블(실내ㆍ외 6개, 총 15석 규모)을 마련해 고객들이 제품을 구매한 뒤 즉석에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매장 한쪽에 미니 주방을 만들어 밥솥으로 갓 지은 밥을 1인분 단위로 포장판매 하거나 맥주 라면 등 냉동식품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제품도 갖췄다. 고객들은 “수프나 후식까지 한번에 먹을 수 있어 편하다”, “메뉴가 한정된 편의점 도시락 보다 훨씬 좋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평일 방문 고객이 평균 600명 가량이고, 특히 혼밥족이나 젊은 주부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개점한 17일엔 일부 경쟁 유통업체 직원들도 와서 매장을 둘러보거나 새로운 상품들을 촬영해 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이 30일 출시한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 함박스테이크에 볶음밥과 고기, 감자, 당근, 그린빈 등 구운 야채가 함께 들어 있어 통째로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이 30일 출시한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 함박스테이크에 볶음밥과 고기, 감자, 당근, 그린빈 등 구운 야채가 함께 들어 있어 통째로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식품업체들도 갈수록 고급화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춰 고품질 제품을 내놓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고객에게 ‘특별한 미식(美食)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로 차별화한 고급 서양식 브랜드 ‘고메(Gourmet)’의 냉동식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고메’는 2015년 12월 첫 제품인 ‘고메 치킨’을 출시했고, 지난해에는 ‘고메 함박스테이크’, ’고메 미트볼’(이상 6월), ‘고메 핫도그’(8월)를 잇따라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지난달 콤비네이션 피자, 고로케도 내놨다. 30일에는 함박스테이크에 볶음밥과 고기, 감자, 당근, 줄기콩 등 구운 야채를 곁들여 통째로 데우기만 하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정식 개념의 냉동 가정간편식 ‘고메 함박스테이크 정식’도 출시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350억원이었던 고메 냉동식품 매출이 올해는 7월까지 이미 400억원을 돌파해 연말까지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대표 제품인 ‘고메 함박스테이크’와 ‘고메 핫도그 크리스피’는 올해 매출만 이미 100억원을 넘어섰다.

대상 청정원은 올해 4월부터 검증된 맛집이나 프랜차이즈와 제휴한 프리미엄 냉동식품 브랜드 '집으로ON(온)' 제품을 내놓고 있다. 청정원이 정통 중식 레스토랑 맛집으로 알려진 '팔선생'과 함께 선보인 ‘팔선생 중화볶음밥' 3종류(소고기 짜사이 볶음밥, 해물 볶음밥, 새우 볶음밥)는 ‘팔선생’만의 비법이 담긴 정통 중화풍 소스를 이용해 식당의 대표 메뉴를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청정원은 또 한식 프랜차이즈인 ‘불고기브라더스’ 인기 메뉴를 제품화해 호주산 청정우를 사용한 ‘옛날 서울식불고기’와 ‘옛날 우삼겹구이’, 국산 제주도흑돼지를 사용한 ‘매콤 제주흑돼지구이’와 ‘달콤 제주흑돼지구이’를 출시했다.

대상 청정원이 유명 중식당 '팔선생'과 함께 선보인 '집으로ON 팔선생 중화볶음밥'. 대상 제공
대상 청정원이 유명 중식당 '팔선생'과 함께 선보인 '집으로ON 팔선생 중화볶음밥'. 대상 제공

냉동식품이 이처럼 진화를 거듭하며 소비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1, 2인 가구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 크다. 대상 관계자는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게 먹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취향을 적극 반영해 좋은 원료를 쓰거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최대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인기 덕분에 냉동식품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5년 펴낸 ‘가공식품 세분시장(냉동식품)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만두ㆍ핫도그ㆍ피자ㆍ튀김 등 주요 4개 품목을 포함한 냉동식품 시장규모(B2C기준)는 2008년 2,450억원에서 2014년 6,084억원으로 150% 가량 성장했다. 업계는 지난해 시장 규모가 8,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41조4,000억원), 러시아(10조5,000억원), 일본(6조5,000억원ㆍ이상 2013년 기준) 등 냉동식품이 발달한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규모가 작은 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것은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뜻”이라며 “2031년 인구가 정점을 찍는 것과 달리 가구수는 1인 가구 등의 증가로 2043년까지 늘어날 전망이라 냉동식품은 고속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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