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접한 뉴스에 따르면 2010~2015년 사이에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보고된 차량은 총 482대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차 회사는 무조건 운전자의 운전 미숙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반면 자동차 전문가들은 기계식 자동차 시절의 기준을 컴퓨터 장치화된 자동차에 억지 적용해서는 앞으로 계속해서 일어날지도 모르는 급발진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조언한다. 급발진이 자동차의 컴퓨터 장치화 때문이라는 강력한 논거들이 있으나 자동차 회사들은 아직 납득할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자동차 회사가 급발진에 대처하는 최상의 전략은 아무 것도 밝히지 않는 상태에서, 자동차 급발진이 대중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도시 괴담’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서준환은 ‘파라노이드 안드로이드’라는 단편소설에서 “자동차도 인간들 만큼이나 심각한 조울증 증세에 시달릴 수 있다”면서, 자동차 급발진을 “차량 기기의 조울증 발작”이라고 말한다. 정신분석에서는 인간에게는 있고 동물에게는 없는 것이 무의식(id)이요, 충동(drive)이라고 말한다. 하물며 동물에게도 없는 그것이 기계에 깃들까. 그런데 서준환은 기계에도 무의식과 충동이 있다고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오작동’이라는 말을 애용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할수록 기계는 점점 더 많은 무의식과 충동을 갖게 된다. 안전한 인공지능은 감히 바라지 않는 게 좋다.
자동차 급발진이 기계가 인간이 되어가는 증례라면, 인간이 기계가 되어가는 사례 또한 무수하다. 프랑스 니스( 2016년 7월 14일), 독일 베를린(2016년 12월 19일), 영국 런던 (2017년 6월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2017년 8월 17일)에서 이슬람 테러리스트가 벌인 차량 테러는 자동차 급발진과 닮았다. 테러리스트의 행동이 ‘이교도를 될수록 많이 죽여라, 순교자는 천국에 갈 것이다!’라는 교범(manual)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면, 인간의 자율의지는 어디로 갔는가. 교리(dogma)를 가진 인간과 사용 설명서를 가진 세탁기가 하등 다르지 않다는 말인가.
유전 공학자들은 범죄를 일으키거나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인두로 지지듯이 제거해버리면 선량하고 장수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자동차 급발진이 미리 보여주고 있듯이 기계에도 무의식과 충동이 깃든다면 헛된 시도일 뿐이다. 나쁜 유전자를 통째 솎아낸 기계화된 인간에게로 무의식과 충동은 다시 괴어 들 것이다. 자동차 급발진과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차량 테러는 기계와 인간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 수도 있으며, 기계와 인간의 미래가 서로 뒤바뀔 수 있다고 예시해 준다.
그러나 진작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다. 바로 급발진과 차량 테러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두 사태에 대한 많은 설명은, 설명을 통해 예외를 만들어내고 전체를 보존하고자 한다. 자동차 급발진은 운전자 과실이나 사고를 일으킨 차에서만 발견된 하자로 설명되고,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차량 테러는 범행을 일으킨 서구의 무슬림 청년이 이민자로서 겪은 배제와 차별 탓으로 설명된다. 급발진을 일으킨 차량은 100만 대가 넘는 동종의 모델 중에 어쩌다 나온 불량품이고, 차량 테러를 일으킨 무슬림 청년 역시 약 15억이나 되는 무슬림 가운데 과격한 별종이었다는 것이다. 이런 예외를 통해 자동차 산업과 이슬람은 자신을 보호한다.
진실은 컴퓨터 장치가 내장된 모든 자동차가 급발진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슬람 뿐 아니라 모든 종교가 ‘이교도를 될수록 많이 죽여라, 순교자는 천국에 갈 것이다!’라는 교범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힌두교도 로힝야 족에 대한 인종 청소, 인도의 힌두뜨바(Hindutvaㆍ힌두 근본주의)에 의한 무슬림 박해, 발칸 반도를 화약고로 만든 가톨릭ㆍ동방정교ㆍ이슬람의 각축, 사찰에 잠입하여 불상을 훼손하는 한국의 개신교 신자들. 프란치스코 교황만이 자신의 훈화를 모은 '아직도 뒷담화 하시나요?'(가톨릭출판사,2016)에서 사태를 직시했다. “근본주의란 모든 종교들 안에 있는 하나의 병질과 같습니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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