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양지원] 배우 이종석이 데뷔 이래 가장 큰 도전을 했다. 영화 ‘브이아이피’(23일 개봉)에서 북한 고위 인사의 아들이자 사이코패스 김광일 역을 맡아 지독하게 악랄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소년 같은 얼굴에 비웃음을 흘리며 여자들을 살해하는 김광일의 만행은 관객의 공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종석은 이렇게 철저히 악마성으로 무장된 캐릭터를 굳이 직접 연기하겠다고 나섰다. ‘브이아이피’ 시나리오를 읽고 직접 박훈정 감독을 찾아가 스스로를 홍보했다. 그 동안 주로 멜로물에서 로맨틱한 남자 주인공으로 활약한 이종석의 과감한 시도였다.
“내가 이 영화를 찍을 때나 후에는 역할의 영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연기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개봉을 앞두고 나니 사람들과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라도 팬들이 이 영화를 보고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된다.”
이종석은 이번 작품에서 지독하리만큼 수위 높은 장면들을 촬영했다. 특히 김광일의 악마성을 부각하고자 등장하는 장면들은 여성 관객들의 질타를 받을 만큼 잔혹하다. 이종석은 최근 SNS을 통해 한 팬으로부터 쪽지를 받은 일화를 들려줬다.
“나이가 어린 친구 같았는데 ‘브이아이피’를 보고 싶은데 봐도 되냐는 내용이었다. 원래 답장을 안 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답장했다. ‘너무 고맙지만 어른이 되면 꼭 봐줘. 나중에 기회가 되면 만나자’고 보냈다. ‘브이아이피’는 어린 팬들이 볼 수 없는 청불 영화다.”
이종석은 사실 외모적으로는 남성다운 이미지를 찾기 힘든 배우다. 뽀얀 피부에 올망졸망한 이목구비로, 여자보다 더 예쁜 배우로 또는 연예계 대표 ‘밀크남’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성적인 캐릭터를 부러워하긴 하는데 내 장점이 뭔지도 알고 있다. 내가 가진 이미지로 김광일을 구축하려 했다. 사실 이번 영화를 하면서 김명민 선배 역을 내가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정말 이상할 것 같았다(웃음). 그래서 요즘은 나이 먹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20대 초반에는 서른이 되면 뭔가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길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다. 마흔 살이 됐을 때는 다르겠지.”
이번 작품에서 장동건, 김명민, 박희순 등 선배들과 호흡을 맞춘 이종석은 촬영장의 막내였다. 작품의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선배 배우들에게 다가가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단다.
“‘선배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덤볐다. ‘관상’ 때 내 연기를 보고 죄책감을 많이 느꼈다. 나 혼자 영화의 흐름을 깨는 것 같아 반성을 많이 했다. 그 죄책감이 여전히 기억 속에 남아 있어서 겁이 났다.”
한층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가는 이종석은 자신의 틀을 깨고파 했다. 데뷔 후 지금까지 쌓아온 ‘밀크남’ 이미지를 굳이 벗어나고 싶은 이유를 물으니 “이미지를 버리고 싶은 건 아니다”고 답했다.
“내가 가진 이미지를 전부 소진할 생각이다. 대중이 지겨워할 때까지. 끝까지 밀어붙였을 때 거기서 나오는 힘이 있을 테니까. 계속해서 다작을 하면 사람들도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고 느끼는 시점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점에서 내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1989년생인 이종석은 입영을 연기했다. 최근 입대영장을 받고 시기를 한 차례 늦췄다. 이왕이면 작품 활동을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장을 받고 ‘이제 준비해야 하는 때가 온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당시에는 그랬는데 한 차례 연기하고 나니 여유가 있어서 그런지 아직 어떤 심경의 변화는 느끼지 못했다. 입대 전까지는 내가 흥미를 느낄만한 것들을 찾고 싶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양지원 기자 jwon04@sporbiz.co.kr
[한국스포츠경제 관련기사]
[스타와 행복](22) '100억 사나이' 최형우 '행복은 노력하는 것'
인천 초등생 살인범 범행 당시 대화 ‘경악’...“사냥 간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