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동원 참여 자백ㆍ증거 확보
이명박 정부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당시 청와대 행정관이 국정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민간인을 동원한 댓글 공작에 직접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주도한 민간인 댓글부대 활동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보고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진재선)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오모(38)씨의 자택과 사무실을 최근 압수수색하고, 오씨를 소환조사 했다. 오씨는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 근무 당시 국정원 측과 정치개입 댓글을 모의하고, 자신의 친인척 10여명을 동원해 직접 ‘댓글 알바’까지 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씨는 국정원에서 1인당 월 100만~300만원의 자금을 댓글 활동 대가로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댓글을 다는데 1인당 30여개~50여개의 아이디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확보한 오씨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당시 청와대에서 보수성향 시민단체를 관리하고 동원한 정황이 담긴 이명박 정부 당시의 ‘화이트 리스트’ 관련 자료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오씨가 청와대 밖으로 유출한 자료 중에서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과 관련한 청와대 차원의 내부 보고서가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오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종교인 김모씨와 사돈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씨가 이끄는 이 전 대통령 지지 시민단체 등에서 일하다 2011~2012년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다. 오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청와대를 나온 뒤 김씨가 운영하는 종교단체 회계담당을 거쳐, 이 전 대통령 지지 성향의 시민단체 산하 연구소에서 재직하고 있다.
검찰은 민간인 댓글활동과 관련한 당시 청와대 내부 보고라인 등 오씨의 윗선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오씨가 독단적으로 댓글활동에 개입하기는 힘들다고 보고,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오씨는 현재 검찰 수사에 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져 민간인을 동원한 국정원 댓글 공작과 청와대 사이의 공모 여부가 구체화되면 이 전 대통령 주변 핵심인사들에 대한 줄소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우선 오씨의 직속 상사로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실과 국민소통비서관에서 근무했던 김모씨, 당시 사회통합수석이었던 박모씨 등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의 민간인 댓글 공작과 청와대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확보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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