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개최 대한민국정책컨벤션
정당 대표 불러 정책 배틀 추진
‘내가 시장이라면’ 스피치 대회도
매년 10만명 몰리는 정치 축제
스웨덴 ‘알메달렌’에서 영감
“교양 접목 예능처럼 흥미롭게”
쉽고 말랑말랑한 방식으로 무거운 정책이슈를 풀어내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JTBC의 ‘썰전’ㆍtvN의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온라인 팟캐스트가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 이슈를 예능과 접목해 설명하면서 큰 반향을 얻은 데에서 착안, 이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나서 록 페스티벌이나 축제 같은 형태의 ‘정책 박람회’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진보와 보수, 중도의 싱크탱크가 한 데 모여 시민들과 함께 정책 대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된 ‘대한민국정책컨벤션&페스티벌’은 작년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호응이 크지 않았다. 행사 집행위 측이 내린 진단은 “너무 어렵고 딱딱해서”였다.
5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는 축제 형식을 훨씬 더 많이 가미했다. 9월 16, 17일 양일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리는데, 행사 규모를 키워 각 정당의 대표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정책 배틀’을 벌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책 만민공동회’라는 이름으로 국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와, ‘내가 만일 단체장이라면’이라는 스피치 대회도 마련한다. 집행위원장인 이형용 거버넌스센터 이사장은 29일 “기존의 정책 전달 방식이 선거철 유세나 정당의 행사 등 일방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이 평소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면서 “정책이라는 어렵고 재미없는 주제를 일상 속에서 축제처럼 즐기면서 와닿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서울시 역시 박원순 서울시장의 주도로 매년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에서 ‘함께서울 정책박람회’를 개최해왔다. 지난 7월 열린 정책박람회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들의 정책제안 공모를 통해 선정된 5개의 정책의제를 놓고 현장ㆍ온라인 투표를 거쳐 지자체의 정책에 반영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압도적 지지를 받은 ‘보행 중 흡연 금지’ 정책이 현재 관련부처의 검토 하에 있고 10월 중으로 추진방안이 마련된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정당 사상 최초로 ‘다함께 정책엑스포’를 열기도 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문재인 1번가’ 홈페이지를 통해 정책에 쇼핑 콘셉트를 결합시키는 시도로 이목을 끌었다.
이런 국내 정책 박람회들은 스웨덴의 정치축제 ‘알메달렌’에서 영감을 받았다. 1982년부터 시작된 알메달렌은 스웨덴의 모든 정당과 유권자, 시민ㆍ이익단체, 전문가들이 8월 휴가철에 휴양지인 고플란드 섬 알메달렌 공원에서 모여 토론과 대화로 정치ㆍ사회 이슈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찾는 행사다. 국내에서도 교양과 예능을 접목시킨 방송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국민들의 정치 및 정책 참여에 대한 욕구는 충분히 확인됐다는 평가다.
다만 매년 10만 명 이상의 참여로 열리는 알메달렌과 달리 국내의 정책 박람회는 아직은 ‘정치 이벤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계를 보인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특정 세력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만 활용하는 데서 벗어나 중립적인 기관의 개최로 전 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한 전국 단위 행사로 만들어져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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