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판매량 6,879대 불과
작년 동기 대비 45%나 급감
제조사들 새 모델 개발에 소홀
고연비 강점도 친환경차에 밀려
하반기 출시 뉴프라이드ㆍ클리오
소형차 부진 해소할지 관심
오랜 기간 ‘생애 첫차’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소형차가 이젠 외면 받고 있다. 경제성은 경차에 내주고, 실용성은 준중형차에 밀리다 보니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내수시장에서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한국지엠 아베오 등 대표 소형차는 총 6,879대가 판매됐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나 적게 팔린 것으로, 같은 기간 내수시장(91만6,818대)이 2.5% 감소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소형차의 입지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소형차는 1997년 전체 차량 가운데 판매 비중이 17.7%에 달했지만 이후 하락세를 타면서 2012년 4.2%, 2013년 3.8%, 2014년 3%, 2015년 2.1%, 2016년 1.4% 등 최근 5년간 줄곧 하락하다가 올해는 1% 미만(0.7%)까지 떨어졌다.
소형차의 몰락은 경차와 준중형의 선전도 있지만, 제조사들이 새 모델 개발에 소홀한 것도 영향이 적지 않다. 올해 판매가 18.4% 감소한 프라이드는 2011년 이후 현재까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엑센트 역시 2010년 2세대 모델을 출시한 후 대대적인 변경이 이뤄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5년 주기로 주요 차량을 완전변경하는 현대차도 판매 비중이 적은 소형차 기술개발은 뒷전으로 밀리다 보니 점점 더 소비자들의 관심이 멀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한 시장 변화도 소형차가 외면받는 이유다. 레저붐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생애 첫차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SUV 시장이 최근 5년간 10배 이상 성장한 11만대 규모가 된 게 대표적이다. 또 기술개발로 높은 연비는 소형차만의 강점이 아니게 됐다.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은 소형차가 따라가지 못할 연비를 자랑한다.
경차도 점점 덩치가 커지면서 소형차 못지않게 됐다. 반면 경차는 취ㆍ등록세 면제와 공영주차장 요금,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할인 혜택도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경차를 사거나 조금 무리해서라도 준중형차 이상을 첫차로 구매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이후 출시할 4세대 프라이드와 르노삼성 클리오가 소형차 부진을 얼마나 해소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3월 서울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신형 프라이드는 이미 유럽에서 ‘리오’라는 차명으로 판매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파워트레인(1.6ℓ 감마 GDI 엔진) 변경에, 초고장력 강판(AHSS) 비율을 확대(33→51%)했으며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자동긴급제동 시스템(AEB) 등을 적용했다. 해치백인 클리오는 유럽 시장에서 검증된 베스트셀링카로, 박동훈 르노삼성차 사장이 “해치백 열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자부하는 모델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유럽과 한국 도심이 비슷한 환경인 만큼, 우수한 차량이 등장하면 소형차 시장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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