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베이징ㆍ창저우 4곳
사드 보복에 판매 줄어들자
현지 부품업체에 대금 못 줘
납품거부 현재 1곳서 확산 전망
“베이징현대는 현지 합작사 현대차 단독 지급 어려워” 해명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 여파를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급기야 중국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판매 급감으로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지급이 지연되자 현지 업체가 납품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29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는 지난주부터 베이징(北京)에 있는 1∼3공장과 창저우(常州) 4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최근 완공된 충칭(重慶)의 5공장이 본격 가동되지 않은 상태여서, 사실상 현대차의 중국 내 공장이 모두 멈춰 선 것이다. 1∼3공장은 연간 총 105만대, 4공장은 연간 30만대의 생산 능력을 각각 갖추고 있다.
가동 중단 사태는 플라스틱 연료탱크 등을 공급하는 부품업체인 베이징잉루이제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아야 하는 대금이 밀리자 22일부터 납품을 중단하면서 벌어졌다. 현지 언론은 “베이징잉루이제가 베이징현대로부터 받지 못한 대금은 25일 기준으로 1억1,100만위안(약 189억원)”이라고 전했다. 현재 베이징현대에 납품을 중단한 협력업체는 베이징잉루이제뿐이지만, 사드 보복 여파가 지속될 경우 납품을 거부하는 업체는 더욱 늘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주 남은 부품 재고를 소진한 후 결국 생산을 중단했다”며 “차량을 이루고 있는 2만여개의 부품 중 한 부품이라도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 제작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3월부터 본격화된 사드 보복 여파로 상반기 중국 내 판매량(30만1,277대)이 지난해 동기 대비 42.3% 급감하며 실적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베이징현대와 기아차의 중국 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는 2분기에만 5,000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현지 업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부품업체들도 한계에 이른 상태다. 현재 중국에서 145개 국내 업체가 289개 공장을 운영 중인데, 최근 이들 공장의 가동률은 50% 이하로 떨어져 유동성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이징현대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의 50대 50 합작사여서 현대차가 단독으로 대금을 집행할 수 없다”며 “원만한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장 가동 중단 사태로 다음달부터 현지 전략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4종의 신차 공급을 통해 실적을 회복하려던 현대차의 계획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이미 올해 중국 내 판매 목표를 당초 125만대에서 80만대로 낮춘 상태인데,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이 목표 수치마저 달성이 어렵게 된다. 특히 이달 말부터 가동에 들어가 올해 신차 3만여대를 생산하려던 충칭공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중국시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해도 바로 자금회수가 안 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공장 한 곳을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판매량이 급감한 상황인데도 중국 정부를 의식해 현지 인력의 구조조정을 못하다 보니 자금 부족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며 “자금 선순환 구조가 무너진 만큼, 재건을 하기 점차 어려운 구도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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