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역 버스기사들 7년 전 소송
“대기 2시간 근로시간 포함해야” 주장
대구고법, 4년여 전 원고 승소판결
대법원, 4년 넘게 판단 미뤄 논란

하루 14시간 이상 일하는 경북 포항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이 “2시간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대법원이 4년 넘게 결론을 내리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다. 이들은 2심인 고등법원에서 승소했다.
포항의 유일한 시내버스회사인 ㈜코리아와이드 포항(옛 신안여객) 소속 기사 18명은 지난 2010년 버스운행 중간 약 2시간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에 제기했다. 격일제로 일하는 기사들은 근무일에 한 차례 운행한 뒤 다음 운행까지 차고지에서 대기한다. 이 때 주로 식사를 하거나 휴식을 취하지만 세차, 정비, 연료 주입 등의 일을 하기도 한다. 이를 근거로 기사들은 “대기시간에도 회사의 업무 지시와 감독 아래 있다”며 “근로시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기사들은 하루 14시간30분 정도 운전하고 2시간 대기한다.
2011년 5월 1심 재판부는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지만 2013년 6월 대구고법은 "대기시간은 추가연장 근로시간"이라며 기사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에서 진 버스회사는 즉각 상고했다. 회사가 기사들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 근무시간도 2시간 늘어나 임금도 올라간다. 운전기사 1명 당 더 받게 되는 연장근로수당은 월 약 40만원이다. 이 회사 기사가 36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사측은 한 달에 1억4,000여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이 소송엔 전국 버스회사와 기사들도 가세했다. 대전 등 타 도시 버스회사들이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맞서 전국 버스기사들은 반박 자료를 내기도 했다. 중소도시 시내버스 기사들의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4년이 넘도록 판결을 하지 않고 있다. 올 1월 이후엔 대법원의 자료 제출 요구도 없어 사실상 심리가 끝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기사들의 주장이다.
손종수 옛 신안여객 노조위원장은 “기사들이 장시간 근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소송대리인인 송해익 변호사는 “고법에서 승소 후 4년, 첫 소송을 낸 지 7년이나 지났는데도 선고일이 잡힐 기미가 없다”며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말처럼 기사들의 처우가 나아질 수 있도록 하루빨리 재판이 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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