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일본 상공으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당분간은 대형 도발 없이 미국의 반응을 관망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하지만 단거리 미사일 도발이나 아직 실전 배치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를 예고 없이 감행하며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는 전망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본보 통화에서 “ICBM이 아닌 중장거리미사일을 미국이 아닌 일본 상공으로 쏜 북한의 이번 도발은 괌을 포격하겠다는 고강도 발언을 비슷한 방식으로 실천하면서 미국이 군사적 대응을 하기는 어렵게 만든 교묘한 한 수”라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대내외적 위상이 확보됐고 공도 미국으로 넘긴 만큼 앞으로 얼마 동안은 상황을 살피면서 내부 결속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CBM급인 ‘화성-14형’의 정상 각도 발사나 6차 핵 실험의 경우 미국의 군사 개입 착수를 불가피하게 만드는 만큼 당장 북한이 테이블을 엎어버리는 무모한 카드를 꺼내 들진 않으리라는 게 조 위원 추측이다.
그러나 잇단 고강도 도발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북한의 저강도 도발이 수시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향후 북한이 ICBM과 SLBM 개발 완료 때까지 기술적 신뢰도 제고를 위한 시험 발사를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 북한이 9ㆍ9 정권 수립일 등을 계기로 추가 도발할 가능성이 있고, 대북 적대 정책 철회 등을 미국에 지속적으로 압박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얼마간 신경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정황상 가장 가능성이 큰 도발은 SLBM 시험 발사다. 북한은 최근 관영 매체가 실은 김 위원장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 장면 사진을 통해 그간 시험 발사를 하지 않은 신형 SLBM ‘북극성-3형’의 존재를 노출한 데 이어, 해군 창설 68주년인 전날 노동신문에 SLBM 능력을 과시하며 “미국을 통째로 수장하겠다”고 위협하는 글을 게재했다. SLBM 해상발사 시험 준비 징후가 이달 중순 미국 매체에 포착되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수소폭탄 개발과 핵무기 소형화를 위한 추가 핵 실험도 북한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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