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학병원들이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을 진료에 활용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아울러 환자들은 인공지능의 치료법을 의사의 것보다 선호하는 추세다. 인공지능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가 커져가고 있다는 증거다. 신뢰에는 타당한 근거가 존재한다. 일례로 우리나라는 위암 치료 성적이 매우 좋은 국가에 속하는데 왓슨은 지난 몇 개월 만에 이를 학습해서 최근의 위암 치료법에 반영하였다. 필자는 최첨단 인공지능이 의료인과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료현장에서의 왓슨 활용을 환영한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왓슨 사용에 관한 우려스러운 부분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우선 병원에서 미국의 IBM 왓슨 서버로 제공되고 있는 환자 정보는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에 해당된다. 비록 비식별 정보라고는 하나 작년부터 시행된 전자의무기록의 의료기관 외부 보관 허용은 장비의 물리적 소재지를 분명히 국내로 한정하고 있어, 향후 법적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 무엇보다 국내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의 법적 보존연한은 10년이지만, 해외 서버로 이전된 전자의무기록은 별도의 파기 규정이 없는 한 사실 영구보존 된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지속적인 상업적 활용의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료를 위해서 질병정보 제공에 ‘동의’를 한 국민의 자기결정권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질병치료기술의 발전이라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익명 처리된 데이터가 활용되는 것은 찬성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우리가 한국인 고유의 유전정보와 질병 발생정보로 만들어진 한국인용 의료 데이터와 관련 서비스를 왓슨으로부터 사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감출 길이 없다.

곧 부산지역 대학병원에 ‘왓슨 포 지노믹스’를 통해서 유전체 데이터가 해외로 반출된다. 이는 한국인 맞춤형 신약, 맞춤형 식품이나 식단 등을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특허료를 지불하고 구매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추세로 간다면 왓슨의 의료 데이터 시장 점유율과 데이터 경쟁력이 국내 기업과 보건기관보다 훨씬 앞지르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데이터는 원석과 같고, 유전정보를 가진 자는 빚어내는 각도와 모양에 따라 원하는 서비스를 무한대로 창출 가능하다. 앞으로 시장은 더 글로벌화 할 것이다.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 및 기관이 상생할 수 있는 탄탄한 법칙을 만들어야 한다. 선순환 구조 구축에 실패하는 늦장대응을 하다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 되고 만다. 현재까지 왓슨에 제공된 환자의 데이터는 스몰데이터 수준일지 몰라도, 어느 순간 빅데이터 규모로 전환될 것이다.

빅데이터로 전환되는 시점부터 왓슨으로부터의 데이터 역류가 일어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발된 서비스의 대상이 환자 개인은 물론, 특정 지역주민이나 국민 전체로 확대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현재의 데이터 제공 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 해외로 반출되는 정보를 환자 동의 하에 국내 병원이나 유관기관에 저장하는 것은 어떤가. 제공되는 누적 데이터 양에 따라 인공지능 사용 단가를 점진적으로 낮추거나, 오히려 데이터 제공비를 받는 등, 국민의 건강 정보 제공이 장기화하는 것에 대비한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의료분야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타 분야에 비해 의사결정이 보수적인 편이다. 하지만 바야흐로 해외 클라우드에 국내 환자의 의료정보를 저장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맞이했다. 인공지능을 비롯한 혁신기술의 출현으로 의료분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된 것이다. 왓슨 사용을 계기로 우리는 4차 산업혁명의 빠른 기술 진보에 대해 지혜롭게 대비해야 한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필요에 의한 데이터 송출이지만 그 과정에서 실리를 얻어야 한다.

안선주 성균관대 초빙교수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