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신태용 감독/사진=프로축구연맹
“적어도 아시아 레벨에서는 요즘 이란의 약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박학한 전문 지식으로 두터운 신뢰 층을 형성한 한준희(47) KBS 축구 해설위원은 한국이 속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에서 무패 무실점(6승 2무 승점 20ㆍ8득점 무실점)으로 본선 진출을 조기 확정한 이란을 이렇게 평가했다. 약점을 찾기 힘든 반면 강점에 대해선 ▲기가 막힌 조직력과 밸런스 ▲점진적 세대교체를 통한 두꺼운 선수층 ▲어느 때보다 유능한 유럽파들의 다수 포진 등 세 가지나 꼽았다.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운명을 쥐고 첫 출항하는 신태용(47)호 앞에 이처럼 막강해진 최대 난적 이란이 놓여있다. 대표팀(4승 1무 3패 승점 13)은 1975년 5월~1976년 3월 9연승을 넘어 2015년 3월 뉴질랜드와 친선경기부터 2017년 3월 최종 예선 시리아전까지 안방에서 11연승 중일만큼 홈에서 강하다.
그러나 이란전이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고 이란이 본선을 조기 확정해 다소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생각보다 일찍 한국 땅을 밟는 등 여러 조짐부터 이란의 이기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다. 아시아에서 전무한 ‘무패 무실점’ 본선 통과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기 위해 카를로스 케이로스(64ㆍ모잠비크) 이란 감독은 “한국과 시리아전에서 역사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더욱 단결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자부심을 갖고 우리가 하던 스타일대로 즐겁게 싸울 것”라고 필승 의지를 다졌다.
이란은 그만한 자신감을 가질 만한 선수들을 보유했다. 4~5년 전에는 네쿠남과 테이무리안 등 중원의 무게감에 의존하면서 끈적끈적한 축구를 했다면 지금은 튼튼한 조직력과 향상된 기동력을 바탕으로 힘과 스피드를 겸비한 축구를 한다.
젊은 주축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다. 알리레자 자한바크슈(24ㆍAZ알크마르), 레자 구차네다드(30ㆍSC헤이렌베인), 사르다르 아즈문(22ㆍFK로스토프), 라민 레자에이안(27ㆍ오스텐더) 등은 현재 유럽 클럽에서의 활약이 한국 선수들 못지않다. 안사리파드, 쇼자에이, 하자시피 등도 무시 못 할 존재들이다. 이 중 최근까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구단들의 영입 대상 후보군에도 들어왔던 자한바크슈는 경계대상 1호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전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구차네자드 또한 네덜란드 리그에서 인생 절정의 결정력을 뽐내는 중이다.
이런 실력적인 자신감이 바탕이 돼 이란에서 침대 축구는 싹 사라진 지 오래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번 한국전이 최정예를 중심에 두고 신예급 서너 명을 가동하는 실험적 A매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한 위원은 “케이로스의 성향으로 볼 때 대강 하고 갈 스타일이 아니다”고 경계하며 “지금은 조직력과 기동력에다 일부 선수들의 개인능력까지 조화된 팀으로 성장한 이란이다. 이란은 부담도 없다. 초반에 흐름을 내주게 되면 자신감이 점점 올라와서 우리에겐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호의 필승 해법에 대한 진단도 빼놓지 않았다. 한 위원은 “첫째 조직력 좋은 팀의 수비를 흔들기 위해서는 공수전환의 속도, 좌우 방향전환의 속도, 오프 더 볼 움직임의 속도 등 세 가지 속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 맞대결(0-1 패)에서는 너무 느린 패스 전개로 단 한 번의 위협조차 가하지 못했다. 이란에는 자한바크슈를 필두로 발재간을 갖춘 선수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기 때문에 수비 시에는 조직적인 커버 플레이 대비가 잘돼 있어야만 한다. 하나가 뚫리더라도 빠르게 커버가 들어와 줘야 하고 반대편 공간까지도 간격 유지가 잘된 하나의 단위 조직 유기체와 같은 수비 움직임이 필수다. 끝으로 케이로스가 경기 중 선수 및 포진에 변화를 주면 우리 벤치도 이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어느 부위가 밀리고 있는지를 신속히 파악해서 처방을 내려주는 것이 벤치의 역할“이라고 신 감독의 지략을 당부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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