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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상가까지 번진 세종시 부동산 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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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리포트] 상가까지 번진 세종시 부동산 투기

입력
2017.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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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용지 전매 탈세 행위 첫 신고

다운계약서 작성, 웃돈 현금화 수법

업체 대표, 연루 의혹 금융권 간부 등 부인

사정 칼날 상가시장 전체로 확대될 수도

세종시청 인근에 최근 지어진 상가 모습.
세종시청 인근에 최근 지어진 상가 모습.

세종시에서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던 부동산 투기행위가 상가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상업용지 전매 과정에서 이중계약서를 작성해 조직적으로 탈세 행위가 이뤄졌다는 구체적 정황이 처음으로 포착된 것이다. 탈세 행위에 가담한 업체의 경영에 지역 금융권 간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세종시는 모 상가조합이 차린 A개발업체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로부터 분양 받은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상업용지를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4억이 넘는 웃돈을 챙기고도 세무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고발민원이 최근 접수됐다고 28일 밝혔다.

그 동안 행정도시에선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운계약서 등 불법이 기승을 부렸지만, 상업용지 전매 과정에서 탈세 의혹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고 내용에 따르면 상가조합은 지난해 6월 LH로부터 해당 상업용지(1,709㎡)를 98억1,000만원에 분양 받았다. 그리고 이 상가조합이 차린 A업체는 해당 상업용지를 B업체(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에 웃돈 4억1,100만원을 받고 팔았다.

하지만 두 업체는 세무서에 LH의 최초 분양가로 매매한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해 신고했다. 그리고 보관용으로 실제 거래가격(102억2,100만원)을 기재한 계약서를 별도로 작성했다. 이를 통해 A업체는 양도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4억이 넘는 웃돈을 고스란히 호주머니에 챙겼다.

이들의 수법은 조직적이고 치밀했다. B업체는 11명의 명의로 웃돈을 쪼갠 뒤 현금화해 이를 직접 A업체에 전달했다. 현금화에 동원된 명의자 가운데 B업체 관계자도 일부 포함돼 있었다. 한 사람이 2~3차례에 걸쳐 현금화하기도 했다. 3,000만원 초과 자금을 거래하면 해당 은행이 금융거래법에 따라 자동으로 금융감독원에 통보하고, LH의 규정상 전매 또는 명의 변경은 최초 공급가로 한 번 가능하다는 점을 교묘히 피한 것이다.

A업체는 거래를 마친 이후 향후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해 B업체로부터 웃돈을 포함한 계약서를 돌려받아 파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A업체 대표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상업용지를 웃돈을 조금 받고 전매했고, 세무서에 이를 신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A대표는 다만 “이중계약서를 작성하고, 여러 사람을 통해 현금화해 웃돈을 받는 것은 직원들이 알아서 할 일로, 보고받지 못해 세세하게 알지 못한다. 정확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탈세 행위에 가담한 B업체 경영에 지역 금융권 간부가 C씨가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B업체에는 C씨의 딸(20대 중반)이 최대 지분을 보유한 사내 이사로 등록돼 있다가 지난 3월 지분을 모두 현 대표에게 넘기고 빠졌다. 시에 민원을 고발한 인사는 C씨가 B업체의 경영 전반을 이끌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부동산업계 인사는 “부동산 개발회사에 가족을 동원하는 것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못할 때 투자하는 전형적인 방법 중 하나”라며 “의혹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해당 금융권 간부는 “친구 2명이 B업체에 투자했는데 모두 외지에 살아 자주 못 오니 도와달라고 해 겸직 문제 때문에 나는 주주로 참여할 수 없어 딸을 사내이사로 등록시킨 것이다. B업체 전 대표도 딸이 사내이사로 들어오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투자한 게 아니고, 딸도 탈세행위 등에 대해 모른다”며 “나 때문에 딸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정말 가슴 아프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법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세종시와 대전 등 3곳의 부동산 중개업소도 탈세행위를 눈감으며 막대한 수수료를 챙겼다.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양 측에서 모두 받지만, 해당 중개업소는 B업체에서만 부가세를 포함해 3,300만~3,500만원씩 받았다.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업용지 거래를 한 업체가 있는 상가 모습.
세종시에서 처음으로 탈세 의혹이 제기된 상업용지 거래를 한 업체가 있는 상가 모습.

문제의 상가조합은 그 동안 LH로부터 우선 공급 또는 경쟁입찰을 거쳐 행정도시 내에 다양한 토지를 공급 받아 전매하거나 직접 상가를 지어 운영하고 있다. LH는 생활대책용지 심사를 거친 원주민들에게 29㎡~39㎡ 규모의 지분을 준다. 이들이 모여 조합을 꾸리면 LH는 최대 2,644㎡ 규모의 토지까지 공급한다.

세종시는 탈세 행위 고발민원이 접수됨에 따라 세무서와 경찰, 검찰 등 유관기관에 통보해 조사나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고발민원이 사실로 드러나면 세종시 출범 이래 첫 상업용지 불법 거래 사건이 된다. 문제의 상가조합이 워낙 상가 관련 사업을 활발히 하는 곳이어서 탈세 등 추가 불탈법 행위에 대한 조사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세종시에선 상업용지 매매를 둘러싼 탈세 행위가 고개를 드는 것은 일부 지역의 경우 사업성이 여의치 않아 건물을 올리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웃돈을 받고 땅을 넘기는 게 낫다는 분위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이번 사례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와 사정의 칼날이 행정도시 상가시장 전체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애초에 상가 신축ㆍ분양 의사 없이 용지를 분양 받은 뒤 계약금을 내고 이자를 내면서 시세 추이를 지켜보다 매각하는 법인들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관계자는 “지역사회에 상가 다운계약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구체적 내용이 담긴 민원이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상업용지 불법 거래는 상가 임대료 상승과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등 문제가 많은 만큼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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