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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270㎜ 물폭탄…수천명 고립…美 ‘카트리나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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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1270㎜ 물폭탄…수천명 고립…美 ‘카트리나 악몽’

입력
2017.08.28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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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하비’ 텍사스주 강타

강물 범람에 시속 210㎞ 강풍까지

성인 가슴 높이까지 수위 차올라

휴스턴서만 구조 요청 6000여건

정유업계도 타격 유가마저 들썩

세력 다시 키워 재상륙 가능성도

백악관 루이지애나주도 비상사태 선포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미 텍사스주 휴스턴이 침수된 가운데, 27일 휴스턴 주민이 애완견을 어깨에 매고 무릎 높이까지 잠긴 도로를 지나 대피하고 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미 텍사스주 휴스턴이 침수된 가운데, 27일 휴스턴 주민이 애완견을 어깨에 매고 무릎 높이까지 잠긴 도로를 지나 대피하고 있다. 휴스턴=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주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가 주말 동안 시간당 100㎜에 달하는 ‘물 폭탄’을 쏟아 내면서 12년 전인 2005년 8월 뉴올리언스 등 루이지애나주 남동부를 덮쳐 2,500여명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던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우와 최대풍속 시속 210㎞의 위력(4등급)으로 텍사스 최대 도시 휴스턴이 사실상 고립되는가 하면 멕시코만 연안에 집중된 정유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 유가마저 들썩였다.

27일(현지시간)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하비의 영향으로 텍사스주 최대 도시인 휴스턴을 포함, 주 남동부 일대에 15~30인치(381~762㎜)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와 거주 지역이 대부분 침수됐다. 텍사스 일부 지역에선 오는 주말까지 내릴 비가 연간 강수량에 맞먹는 1,270㎜에 달할 것으로 예고됐다.

심각한 곳은 강의 범람으로 성인 가슴 높이까지 물이 차기도 했다. CNN은 “수위가 1m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라며 “아이들을 어깨에 태우고 피해 상황에 대처하거나, 옥상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휴스턴 주민들의 모습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휴스턴에 거주하는 마야 와들러(17)는 “일요일 새벽 4시쯤 문 쪽에서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물 웅덩이가 생기고 있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몰라 너무 두려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와 관련 NYT는 “이런 장면은 헬기들이 지붕 위로 피신한 사람들을 구조했던 2005년 카트리나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설명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3등급)는 강풍보다는 홍수 피해로 1,800명이 넘는 사망자와 700여명의 실종자를 발생시켰다. 이 밖에도 카트리나가 하비와 같은 날(8월 25일)에 미 대륙에 상륙해 피해를 안긴 점도 당시 악몽을 떠오르게끔 한다. 하비는 4등급으로 위력은 카트리나보다 강력하다. 공항 진출입로가 물에 잠기면서 이날부터 피해지역의 하늘 길도 막혔다. 휴스턴의 조지 부시 국제공항과 월리엄 호비 공항이 폐쇄됐다.

이날까지 경찰과 소방 당국으로 들어온 구조 요청은 휴스턴 내에서만 6,000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실베스터 터너 휴스턴 시장은 “1,000명 이상이 아직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상자에 대한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역 매체들은 최소 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 브록 롱 청장은 28일 “하비로 인한 폭우 결과 3만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피난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텍사스주 최대 50개 카운티가 허리케인의 영향권”이라고 말했다. FEMA는 하비가 몰고 온 물난리로 최소 45만명 이상의 수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역대급 폭우로 정유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텍사스주에 위치한 정유 업체들이 잇달아 공장 가동 중단을 발표, 28일 기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휘발유 9월 선물 가격은 장 초반 갤런(3.78리터) 당 6.8% 오른 1.7799달러를 기록, 2015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기상청 루이스 우첼리니 청장은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수일 동안 최대 20인치(508㎜)에 이르는 비가 텍사스주 일원에 추가로 내릴 것으로 예측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는 하비가 육지를 빠져나간 후 카트리나처럼 재상륙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30일 이후 다시 세력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텍사스주에 이어 인접한 루이지애나주에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고 백악관이 성명을 통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피해 지역에서 구조 활동을 이끌게 된다. 한편 휴스턴 지역의 피해가 큰 것에 대해서는 지형적인 문제도 있지만 인재(人災)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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