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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 부회장 “각자 자리서 흔들림 없이 기다리자”

입력
2017.08.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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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통신망에 글 올려

불확실성 극복 각오 밝혀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 EU의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월말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 EU의회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립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심에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은 뒤 동요하는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28일 사내 통신망에 글을 올려 임직원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판결 이후 일체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던 삼성이 직원들에게 보내는 글 형식을 빌러 장기간 총수 부재로 인한 그룹 안팎의 위기와 불확실성을 헤쳐나가기 위한 각오를 대내외적으로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권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쯤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임직원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의 짧은 글을 올려 이 부회장 1심 선고로 받은 충격과 위기 극복을 위한 각오를 전했다. 그는 “1심 판결에 여러분 모두 상심이 크실 것으로 생각하고 경영진도 참담한 심경”이라며 “불확실한 상황이 안타깝지만 우리 모두 흔들림 없이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다립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큰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일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 드리고, 경영진도 비상한 각오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구속된 이후 60여 개에 이르는 삼성 계열사 전문경영인 중 유일한 부회장이다. 지난 6월 말 한미정상회담 경제사절단, 7월 말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 간담회 등에도 이 부회장 대신 참석했다.

삼성 대표 역할을 맡게 된 권 부회장이 10만 명에 이르는 삼성전자 임직원을 비롯해 계열사를 향해 ‘각자의 자리’, ‘흔들림 없이 기다리자’ 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변화를 최소화하며 현재 체제를 유지하며 대응하겠다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삼성 관계자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려줄 컨트롤타워가 없는 마당에 어떤 변화를 꾀한다는 자체가 힘든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향후 이 부회장이 주도해온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 삼성 조직문화 혁신, 해외 유망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미래성장 동력 확보 등이 연기되거나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다행히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도체ㆍ가전ㆍ휴대폰 사업은 당분간 현재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이날 공시를 통해 중국 시안의 삼성중국반도체(SCS)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설비 증설에 3년간 70억달러(약 7조8,000억원)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밝히며 꼭 필요한 투자는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경영위원회는 이중 자본금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대한 출자를 승인, 주력 사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 게양된 회사 깃발 앞에서 노란색 경고등이 점멸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삼성 서초사옥에 게양된 회사 깃발 앞에서 노란색 경고등이 점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60여 개에 이르는 삼성 계열사들은 이 부회장 2심 최대 구속 기간(6개월)인 내년 2월 말까지 독자적으로 사업을 펼쳐야 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정보기술(IT) 분야 같은 경우는 계열사 간 중복투자 우려가 나온다. 한 계열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IT 투자를 검토 중인 곳이 많을 텐데, 계열사 간 조율이 안 되니 신규 투자계획을 세우기가 무척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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