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았다며 출산휴가ㆍ양육수당
4년 간 4800여만원 수당 챙겨
올 1월 11일 서울 강남구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 입학 예정자였던 김모양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양은 입학 날을 포함해 며칠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학교 측은 국내 항공사 승무원인 김양 어머니 류모(41)씨에 전화를 걸었지만, 웬일인지 연락조차 닿지 않았다. 소식을 접한 서울시교육청은 김양이 학대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 2월 초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조사 결과 2009년 첫째, 2012년 둘째 아이를 낳았다며 출생신고를 했던 류씨는, 실제 출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양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한 아이였던 것. 출생 이후 병원을 간 기록이 전혀 없었고, 류씨 가족조차 류씨가 출산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류씨는 출산휴가를 내거나, 회사 및 정부로부터 육아 관련 지원금 등을 타내기 위해 두 차례 허위 출생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4년의 기간 동안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회사로부터 총 4,800여만원의 양육수당을 가로챘다.
3월 류씨 전 남편을 검거했지만, 이혼한 사이라 류씨 행방까진 찾을 수 없었던 경찰은 이후 끈질긴 통신 및 금융수사로 6개월 만에 류씨 소재 파악에 성공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8일 오전 10시쯤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친어머니 집에서 은신하고 있던 류씨를 사기·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회사엔 셋째 아이를 뱄다며 육아휴직을 냈다 지난달 해고된 그는 이번엔 최근 출산한 진짜 아이를 안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류씨는 “아이가 갖고 싶었으나 번번이 실패했고, 입양할 마음으로 우선 출생신고를 하게 됐다”며 “6개월간 숙박업소와 빌라, 친척집에 돌아가며 묵었다”고 경찰은 진술했다.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본 경찰은 조만간 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