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거주 하상숙 할머니
치료 위해 귀국 1년여 만에
국내ㆍ외 생존자 이제 36명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8일 위안부 피해자 하상숙 할머니가 이날 오전9시 10분 패혈증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89세. 하 할머니의 별세로 현재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중 생존자는 36명(국내35명ㆍ해외 1명)이 됐다.
정대협 등에 따르면 하 할머니는 평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 참여하는 등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2000년에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 전범 여성 국제법정’에 증인으로 참석해 위안부 피해를 직접 증언하기도 했다.
1928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16세이던 1944년 공장에서 일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중국 우한 한커우(漢口)에서 위안부 생활을 하게 됐다. 해방 이후에도 수치심에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하 할머니는 중국 방직공장에서 일하며 중국인 남편과 결혼해 세 딸들과 함께 살았다. 분단 과정에서 중국 내 조선 국적자가 모두 북한 국적으로 분류되는 바람에 줄곧 북한 국적으로 살아갔다. 평소 고국을 그리워해 중국 귀화를 거부했고, 부모님이 묻혀 있는 고향에서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주변에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1999년에야 한국정부로부터 국적회복 판정을 받을 수 있었고 2003년 다시 고국 땅을 밟았다. 귀국 후 하 할머니는 2년여간 국내에 머무른 뒤 다시 딸들이 거주하는 중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2013년에는 제1회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고국을 찾기도 했다.
하 할머니는 중국에 머물던 지난해 2월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갈비뼈가 폐를 찌르게 되면서 중태에 빠졌다. 같은 해 4월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이송된 뒤에는 상태가 호전돼 8월에는 중앙보훈병원으로 옮겨져 요양생활을 했다. 하지만 평소 앓고 있던 신부전증 등으로 건강상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강동 경희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올해 벌써 네 명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님들을 떠나 보내게 돼 비통한 마음”이라며 “하 할머니를 포함해 모든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기념사업을 추진하고 관련 연구소 설립 추진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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