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협상 중 기싸움 격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 외교’에 멕시코 정부가 정면으로 반격하고 나섰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2주 차인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NAFTA 폐기를 시사했으나 멕시코의 “우린 소셜미디어로 협상하지 않는다”는 일격에 망신살만 뻗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때리기’는 27일 오전 6시 45분쯤 올린 트위터로 시작됐다. 그는 우선 “멕시코는 세계에서 가장 범죄율이 높은 나라 중 하나”라며 자신의 대선 공약이었던 국경 장벽 건설 필요성을 거론한 다음 “멕시코가 변제 또는 기타 방법으로 그 비용을 지불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약 7분 후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 간 맺어진 NAFTA를 “역대 최악의 무역 협정”이라고 비난하고는 “두 (국가와의) 재협상이 매우 어려워 아마 끝내야(terminate) 할지도?”라고 자문했다. 지난 16일 NAFTA 재협상이 공식 개시한 가운데 또다시 국경 장벽 문제와 무역 상황을 동시에 거론하며 멕시코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 정부도 즉각 도발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응수했다. 외교부는 같은날 성명을 통해 “우리는 NAFTA나 그외 양자 관계와 관련한 어떠한 사안도 소셜미디어 또는 뉴스 플랫폼을 통해 협상하지 않는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듯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외교 루트가 아닌 트위터, 뉴스 인터뷰를 통해 일방적으로 재협상을 뒤흔드는 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멕시코 측은 또한 국경 장벽에 관한 비용을 부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 성명은 우리의 협상 전략이 아닌 국가 주권과 존엄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협상 동안 미국과 멕시코ㆍ캐나다 간 기싸움은 계속해서 격화할 전망이다. 앞서 22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서 NAFTA 개정 합의에 실패할 경우 협정 폐기가 가능하다고 공세를 펼쳤다. 당시 루이스 비데가라이 멕시코 외무장관과 캐나다 측 모두 “트럼프의 협상 전략일 뿐”이라고 폐기 가능성을 일축했으나 이번엔 더욱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3국의 2차 협상은 다음 달 1~5일 멕시코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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