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저출산 해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종일반과 맞춤반으로 이분화 된 현재 맞춤형 보육 제도도 손을 보겠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 근처의 한 음식점에서 취임 후 첫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년간 80조원 넘게 쏟아 부었음에도 해마다 출산율이 떨어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과 관련, 박 장관은 “그 동안 (정부의)저출산 방안이 효과가 없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는 데 저도 동의 한다. 정부가 너무 지엽적인 부분만 신경을 썼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어 “젊은 부부가 아이를 안 갖는 건 직장과 거주지가 불안하기 때문이며, 현재의 내 삶을 중시하는 가치관 변화의 영향도 있다”며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는 것, 즉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인구절벽)해소의 출발점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전담 사무국이 출범하는 범 부처 기구인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직업 안정과 양육비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박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된 ‘맞춤형 보육’도 손을 보겠다고 예고했다. 박 장관은 “(종일반과 맞춤반을 나눔으로써)절약한 예산은 16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절감한 예산은 얼마 안 되는 반면, 사회적 논란과 학부모의 걱정 등 사회적 비용은 훨씬 크다.(새로운)맞춤형 보육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현재 6시간(맞춤반)과 12시간(종일반)으로 양분된 돌봄 시간을 부모의 수요에 맞게 세분화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문재인 정부가 ‘산타클로스 복지’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장관은 적극 해명했다. 그는 “5년 동안 (정부 재정을)다 쓰고 5년 후엔 나 몰라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면서 “복지 지출이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건 앞으로도 현재와 상황이 같다는 것을 전제한 것인데,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육체보다는 지능형 노동으로 가는 등 상당한 상황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따른 재정 증가분도 누적 흑자와 건보료율 일부 상승 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간 청와대 기념 시계를 차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박 장관은 “DJ정부에서 ‘생산적 복지’를 추진할 때 제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장으로 있으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그 때 청와대 만찬에 초청돼 받은 시계인데 벌써 시계 줄만 대여섯번 바꿨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후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보람이 있다”면서도 “학교에 있는 (교수)친구에게 ‘네가 살고 있는 곳이 곧 천국’이라고 답할 정도로 매일 일이 쏟아지고 할 일도 많다”고 털어 놨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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