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선전매체에 세 번째 등장
이름 언급하며 인신 비하 발언
북 보위성, TV출연자 가족 조사

국내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에 출연하다가 다시 입북한 탈북 여성 임지현(북한명 전혜성)씨가 동료 탈북 방송인들을 궁지로 몰았다. 북한 대외선전용 매체에 또다시 등장해 자신과 함께 남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탈북민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임씨와 친분이 있는 탈북민의 북한 가족들은 북 국가안전보위성의 고강도 조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대남 매체 ‘우리 민족끼리’는 28일 제목이 ‘반공화국 모략선전물은 이렇게 만들어진다-전혜성의 증언 중에서’인 약 30분 분량의 영상을 공개했다. 남성 사회자는 “지금 적대세력들은 우리 공화국의 실상을 왜곡ㆍ날조하는 모략편집물들을 대대적으로 제작하고 광범하게 유포시키고 있다”며 일부 국내 종편 TV의 탈북민 출연 프로그램을 거명했다. 이어 인터뷰 형식으로 편집된 화면에 등장한 임씨가 “모략방송 대본은 탈북자 단체나 반공화국 모략방송사 구미에 맞는 것을 골라 인간쓰레기들의 거짓말을 막 부풀려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씨는 자신과 함께 프로그램에 출연한 탈북민들의 이름을 언급하며 인신 비하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영상물은 인터뷰 말미에 임씨가 북한의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내용의 장면도 내보내 선전에 활용했다.

임씨가 북한 매체에 공개적으로 등장한 것은 세 번째다. 임씨는 우리 민족끼리가 지난달 16일 공개한 ‘반공화국 모략선전에 이용되었던 전혜성이 밝히는 진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 등장하면서 재입북 사실이 처음 공개됐고, 이후 이달 18일에 해당 매체가 유튜브 계정에 올린 ‘따뜻한 품으로 돌아온 전혜성(임지현)-지옥 같은 남녘 생활 3년을 회고’라는 제목의 대담 영상에도 출연했다.
임씨의 동료 탈북민 비방으로 더 곤란해진 것은 그들의 북한 가족이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임씨와 함께 남한 TV에 출연한 탈북민의 북한 가족들이 국가안전보위성의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임씨와 알고 지내던 서울 거주 탈북민 박모씨는 “며칠 전 북한의 가족들이 도 보위성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중국을 통해 들었다”며 “임씨와 함께 TV에 출연하면서 서로의 고향과 가족 얘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은 게 후회스럽다”고 했다. 임씨가 남한 생활 당시 친분이 있던 탈북민의 신상과 그 가족들 정보를 북한 당국에 넘겨줬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 밖에 임씨와 함께 남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다른 탈북민들도 최근 북한 가족들로부터 당분간 TV나 언론에 절대 나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