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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농장? 너무 힘들어 주변에 권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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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농장? 너무 힘들어 주변에 권하지 못하겠다”

입력
2017.08.2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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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 닭농장 가보니…

닭장보다 마리당 4배 넓은 평사

자유롭게 일광욕ㆍ흙목욕

“살충제 한 번 뿌려본 적 없어”

사육과정 힘들고 높은 생산비

가격 높은 계란 비율은 10% 수준

판로 개척 등 정부 지원 필요

24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의 서산기쁨농장에서 닭이 평사 바닥을 파고들어가 ‘흙 목욕’을 하고 있다. 서산=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24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의 서산기쁨농장에서 닭이 평사 바닥을 파고들어가 ‘흙 목욕’을 하고 있다. 서산=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계란값을 조금 더 받을 순 있지만 들여야 하는 노동력, 생산비용이 닭장 사육보다 훨씬 큽니다. 아무리 계란이 좋아도 판로를 개척하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구요.”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전국이 시끄럽던 지난 23일. 충남 서산시 운산면의 ‘동물복지농장’ 서산기쁨농장에서 만난 홍순율(43) 대표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최근 정부의 두 차례 살충제 잔류 검사에서 모두 ‘유통 적합’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질 좋고 건강한 계란을 바라는 소비자의 기대치와 적절한 가격 경쟁력 사이에 접점을 찾기 어려운 현실은 여전히 홍 대표를 괴롭히고 있다.

기자가 둘러본 서산기쁨농장에선 7,000마리의 닭을 닭장이 아닌 평사(축사 안 바닥장)에서 키운다. 닭들은 낮이면 땅바닥에서 일광욕을 하고 수시로 거친 왕겨(벼의 껍질) 섞인 흙에 털과 몸을 마찰시킨다. 부리로 서로의 털을 골라주는 ‘그루밍(grooming)’도 진드기 퇴치엔 특효약이다. 홍 대표는 ▦흙 목욕 ▦햇빛 목욕 ▦털 고르기를 살충제를 안 뿌리는 비결로 꼽았다.

홍순율 서산기쁨농장 대표가 평사에서 기르는 닭들을 돌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홍순율 서산기쁨농장 대표가 평사에서 기르는 닭들을 돌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산기쁨농장은 지난해 동물복지농장 인증을 받았다. 인증을 받기 위해 사육밀도가 마리 당 0.11㎡ 이상이어야 하는데 서산기쁨농장(0.22㎡)의 사육면적은 기준의 2배, 닭장(케이지) 사육을 하는 일반 농가(마리 당 0.05㎡)보다는 4배 이상 넓다. 가로 8.1m 세로 3.6m(면적 29㎡)의 평사 당 130마리씩 지내고 있어 ‘조금 복잡해 보이긴 해도’ 닭들이 활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은 없어 보였다. 홍 대표는 “닭장 사육에선 진드기뿐 아니라 스트레스, 면역력 약화로 닭이 쉽게 죽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축산학을 전공한 홍 대표는 서울 직장 생활을 끝낸 뒤 2010년 서산에 내려와 닭을 키우기 시작했다. 평소 동물복지에 관심이 많기도 했지만 악취, 위생 탓에 혐오시설로 자리잡은 양계축사를 신축하는 게 쉽지 않아 동물복지농장을 택한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진짜’ 친환경 닭과 계란을 생산한다는 자부심과 별개로, 홍 대표는 주변에 자신의 방식을 자신 있게 권하지 못한다. 정부의 무관심, 힘든 사육과정과 비용, 판로 개척 등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서산기쁨농장에선 매일 4,800개 안팎의 유정란(암수탉 짝짓기로 만들어진 계란)이 생산되지만 이 가운데 상대적으로 상품성이 좋아 직거래나 마트 등으로 팔리는 비율은 10% 정도다. 나머지는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생활협동조합에 납품하거나 가공용으로 넘기고 있다.

서산기쁨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는 지역번호, 생산자명과 함께 닭이 계란을 낳은 날짜(생산일)까지 표기된다. 신상순 선임기자
서산기쁨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는 지역번호, 생산자명과 함께 닭이 계란을 낳은 날짜(생산일)까지 표기된다. 신상순 선임기자

홍 대표는 계란을 일반 닭장 계란의 2~3배 가격에 판다고 했다.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감안하면 훨씬 더 받아야 하지만 가격 경쟁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그는 직접 계란 세척, 검사, 살균, 포장까지 하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농장을 돌보고 나머지 시간엔 블로그 홍보로 직거래를 늘려가는 실정이다.

그는 정부에도 쓴 소리를 건넸다. 현재 8% 수준인 동물복지농장 비율을 2025년까지 30%로 확대한다지만 제대로 된 보상체계조차 없기 때문이다. 서산기쁨농장은 무항생제축산ㆍ식품안전관리(HACCP)ㆍ동물복지인증을 받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정부 직불금은 한 푼도 없다. 닭장 사육 농가도 똑같이 받는 무항생제축산에 대한 직불금(개당 1원ㆍ3년간)이 전부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동물복지농가들의 목소리가 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모든 농가가 닭장 사육을 포기할 순 없다. 다만 아동, 환자 등 건강한 계란이 필요한 계층부터 동물복지 축산 소비를 늘려갈 수 있도록 바탕을 깔아주는 게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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