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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中 반부패 광풍 견디고 젊은층 잡은 마오타이주

입력
2017.08.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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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국주'로 통하는 마오타이주. 구이저우마오타이 홈페이지
중국에서 '국주'로 통하는 마오타이주. 구이저우마오타이 홈페이지

‘80년산 53도짜리 500㎖ 가격이 25만5,000위안(약 4,500만원)이나 되는 술, 30년산 빈 술병 값이 2,000위안(약 33만원)인 술, 1주당 가격이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인 중국석유(CNPC)보다 66배나 높은 술, 조니워커를 앞세운 세계 최대 주류회사 디아지오를 훌쩍 넘어선 술, 매년 명절 때만 되면 구매제한 조치가 반복되는 술.’

중국에서 국주(國酒)로 통하는 마오타이(茅台)주 얘기다. 중국의 대표적인 낙후지역으로 꼽히는 구이저우(貴州)성 런화이(仁懷)시의 마오타이진에 있는 주류회사 구이저우마오타이가 어느덧 세계 주류업계를 호령하고 있다. 이전에는 중국 내 매출이 95%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발표한 ‘세계 증류주 브랜드 가치 순위’에 따르면 마오타이의 글로벌 매출 비중은 37.5%로 세계 1위였다.

마오타이주에 대한 중국인들의 사랑은 유난하고 각별하다. 마오타이주는 엄혹했던 대장정 기간 중 홍군을 지극정성으로 대했던 마오타이진 주민들의 성의에 감동받은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鄧小平)이 특히 아낀 술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정계ㆍ관계ㆍ재계 인사들을 거쳐 수십 년간 자연스럽게 중국 사회에서 일반화했다. 물론 마오타이주의 명성이 이 때문만은 아니다. 여전히 맨발로 누룩을 밟아 만들 정도로 전통 주조법을 철저히 따르는 등 독특한 제조비법을 고수함으로써 맛과 향에 있어 세계 최고의 술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는다.

마오타이주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집권 후 반부패 드라이브의 광풍 속에서 ‘공공의 적’으로 내몰려 위기를 맞았다. 실제 그때까지 마오타이주 생산량의 30%가량이 공산당ㆍ정부 관련 기관에서 소비됐고, 뇌물로 오가는 물품의 절반이 마오타이주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해까지 유일하게 술병 라벨에 ‘국주’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마오타이주는 생산량 축소와 가격 인하, 2030세대를 겨냥한 중저가ㆍ저도수 제품 출시 등으로 활로를 모색했고, 2015년 반등에 성공하더니 지난해에는 42%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다. 요즘은 웨이보(微博)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애호가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경절 연휴와 추석 명절이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지만 최근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지방정부들이 마오타이주 구매제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1인당 구매 물량을 제한하거나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한 것이다. 서둘러 선물 준비에 나선 이들이 많다 보니 벌써 심각한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선 판매상들이 가격을 부풀리고 있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나온다. 신경보에 따르면 제조사 측이 품귀현상을 막기 위해 재고물량을 쏟아낸 인터넷 쇼핑몰 개통시간에 동시접속자가 무려 330만명에 달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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