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까지 896개 품목조사
시민단체 조사선 20종 독성 검출
10종 조사로는 안정성 검증 한계
휘발성화합물 86종 위해성 연구중
76종은 아직 위해성 기준 없는 셈
지난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랴부랴 생리대 896품목 전체에 대해 휘발성유기화합물 검출 조사를 다음달까지 마치겠다고 밝혔지만, 10종 독성물질로 한정돼 안전성 검증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위해성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대상은 휘발성유기화합물 86종(우선 조사 10종 포함), 농약 14종 등 총 104종에 이르는데 이 물질들에 대한 검사 결과가 모두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27일 “9월에 나오는 것은 (벤젠, 스티렌 등 독성을 가진) 10종 휘발성유기화합물이 실제로 생리대에서 얼마나 나오는지를 보겠다는 것”이라며 “10개 물질에 대해서는 위해성 기준이 이미 연구가 돼서 검출된 수치가 인체에 위해한지 여부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10종의 독성물질 검출 여부에 대한 전수 조사는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 전체 생리대 중 어떤 제품에 벤젠이 함유돼 있는지, 함유 기준이 인체에 유해한지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만구 강원대 교수의 시험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의 총량은 릴리안 제품이 가장 많았으나, 1군 발암물질 벤젠이 검출된 생리대 3가지 제품은 릴리안 제품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교수에게 의뢰해 조사한 생리대 시험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은 약 200종이 검출됐고 이중 최소 20종이 독성이 있는 물질로 알려졌기 때문에 10종의 검출 결과만으로는 한계도 분명하다.
더구나 현재 식약처가 용역 의뢰를 통해 위해성을 조사하고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 86종이며, 이번 우선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나머지 76종이 덜 위해하다고 판단할 기준도 없다. 때문에 10종의 검출기준만 놓고 특정 생리대가 가장 유해하다고 단언할 수도 없는 상태이다.
식약처는 애초 내년 10월까지 위해성 연구를 마친다는 계획이었으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를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앞당기는 건 맞지만 내년 8월이 될 지 9월이 될 지 알 수 없다”며 “당기는 시기는 못 박을 수 없으나 10개 성분 먼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순차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릴 예정이라 종합 평가 결과가 언제 나올지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요구한 역학조사를 실시하지 않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역학조사는 특정 생리대 사용군과 비사용군을 지정해서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살펴보는 방식이다. 여성환경연대는 26일 발표한 입장자료에서 역학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 관계자는 “역학조사는 위해성 평가 결과가 없을 때 하는 것”이라며 “더 직접적으로 위해 여부를 드러내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하고, 위해성이 없음에도 문제가 있다 싶으면 역학조사도 추후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환경연대는 휘발성유기화합물이 검출된 10개 일회용 생리대 중에서 깨끗한나라 릴리안을 제외하고 브랜드명이 공개되지 않는데 대해 일부 업체와의 유착 의혹 등이 확산되자 이에 대해 해명하고 나섰다. 여성환경연대는 “2016년 한 포털사이트의 소셜펀딩을 통해 생리대 검출실험 재원을 마련했으며, 검출실험과 관련해 (생리대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유한킴벌리를 포함, 민간기업의 후원은 일절 없었다”고 밝히고, “유한킴벌리 임원이 여성환경연대 이사라는 사실이 생리대 검출실험과 공개 여부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았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