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산업ㆍ기업활동을 활성화할 구체적 규제완화 계획이 나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25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핵심정책토의에서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ㆍ규제 없는 모래밭)’제도를 하반기에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그 동안 법인세 인상 등 대기업을 겨냥한 일련의 ‘공정경제’조치가 나올 때마다 기업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적 균형’을 약속했다. 늦었지만 규제 샌드박스 추진이 그런 균형 추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규제 샌드박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모래밭(샌드박스)처럼, 혁신기업에게도 일정기간 아예 규제 없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할 수 있는 파격적 혜택을 주자는 개념이다. 이명박 정부의 ‘규제 전봇대 뽑기’나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 뽑기’ 정책 등 규제완화 프레임을 이은 셈이다. 진작부터 업계는 일본 등의 예를 들어 도입 요구를 거듭했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도 검토했지만 이제야 도입시기 등이 확정됐다.
현재 국회에 법안이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이 특정 지역의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라면,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 프로젝트 단위로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규제프리존과 별도로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규제프리존법은 너무 다양한 규제를 하나의 법개정을 통해 완화하려다 보니 진통이 컸다”며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 업종에 한정된 임시허가제를 도입해 규제에서 자유로운 창업 환경을 조성해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규제가 혁신성장의 발목을 잡는 상황은 심각하다. 미국 중국 등에서 급속 성장하는 원격진료는 의료법 등에 막혀 10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삼성 갤럭시S8에 들어간 헬스케어 앱조차도 국내에선 사용불가다.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벤처기업)의 대표주자인 차량공유 서비스기업 우버를 뒤쫓은 중국의 ‘디디추싱’의 기업가치가 500억 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지만 국내 서비스는 여전히 불법이다. 최근엔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세계 최고 수준의 유전자가위 실험을 규제 때문에 미국에서 해야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국회에서 자칫 여야 간 규제프리존이냐 규제 샌드박스냐를 두고 한심한 대립이 빚어질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서둘러도 늦은 상황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물론,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프리존법, 서비스산업기본법 등을 올 정기국회 모두 처리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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