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19대 대선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27일 열린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과반의 지지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다. 지난 3일 당 안팎의 부정적 시선을 무릅쓰고 '구당 일념'으로 출마를 선언한 지 20여일 만에 대표로 복귀해 자신이 표방한 '극중정치'를 시험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경선구도가 4파전이었다고 해도 결선투표를 간신히 모면한 51% 승리는 '안철수 체제 시즌2'의 앞날이 결코 평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 그의 조기등판을 둘러싼 논란과 반발이 식지 않은 데다 당 정체성과 위상을 새로 구축해야 할 그의 리더십도 예전 같지 않아서다.
이날 안 대표의 승리는 그가 출마 명분으로 내세운 '당을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과 내년 지방선거 참패 위기감'에 당원들이 공감한 결과로 보인다. 경쟁자들이 경선과정에서 안 대표의 대선 패배 및 제보조작 사건 책임을 집중 거론하며 '조기 등판=선거 필패' 논리와 변화를 강조했지만, 다수의 당원들은 당의 존재감 확인 및 바닥권 지지율 탈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선 최대주주가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는 안 대표의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는 얘기다.
안 대표는 이날 수락연설에서 "국민의당은 배타적인 좌측 진영이나 수구적인 우측 진영에 매몰되지 않는 실천적 중도개혁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튼튼하게 되살아나 좌우 양대 정당의 기득권 부활을 막고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명숙 전 총리 판결을 '사법 적폐'로 매도한 민주당 행태와 코드인사 비판을 불 지핀 류영진 식품안전처장을 예로 들며, "국민의당은 더욱 기승을 부리는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는 유능한 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광야에서 쓰러져 죽을 수 있다는 결연한 심정으로 제 2창당, 단단하고 선명한 대안 야당의 길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 앞에 놓인 과제와 장애물은 숱하다. 대선 패배 이후 당이 표류하는 동안 쌓인 무력감을 씻어내고 캐스팅 보트 정당의 역할과 정체성을 세우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지역적으로 편중되고 세대와 계층ㆍ이념적으로 흐릿한 지지기반을 확대할 인물 충원도 서둘러야 한다. 더욱 중요한 일은 안 대표가 먼저 자신의 리더십에 왜 '독불장군' 딱지가 붙는 것인지, 50% 가까운 의원들이 왜 자신의 대표 출마에 기를 쓰고 반대했는지 냉철하게 성찰하는 것이다. 그래야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넌 안중근 의사의 심정'이 이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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