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슨홀 미팅’에서 시장을 긴장시킬 ‘한 방’은 없었다.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 수장은 통화 정책에 대해서는 언급을 아낀 반면 트럼프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움직임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25일(현지시간) 미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세계 중앙은행장 연차총회(일명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융규제 당위성을 강조했다.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통화정책 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대해선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짧게 언급할 뿐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대신 옐런 의장은 “금융제도 강화와 금융정책 개혁 덕분에 신용대출이 좋은 조건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2008년 금융위기가 초래한 대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뒤이어 연설에 나선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ECB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보호무역주의로의 전환은 세계 경제의 잠재 성장과 생산성의 계속된 제고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규제 완화와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에 사실상 반대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0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도입한 금융규제 정책, 일명 ‘도드-프랭크법’ 폐지 방침을 밝혔다.
한편 이들의 통화정책 관련 ‘침묵’을 두고 시장은 올 12월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 것으로 해석했다. 앞서 연준은 올해 3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해 12월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이날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연설 직전 44%에서 37%로 낮춰 반영했다.
달러 가치도 약세를 보였다.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환산한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8%떨어진 92.52로 마감했다. 통상 달러가치는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강세를 띤다. 반면 뉴욕 증시는 소폭 상승했다. 미 CNBC는 “옐런 의장이 통화정책에 대해 별다른 힌트를 주지 않은 것은 미국 증시에 호재”라며 “금리 인상이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다”고 전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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