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日언론이 지도부서 낙마설
27일 中언론은 활발한 동정 보도
오락가락 위상에 해외 언론 주목
“당대회 전까지 치열한 암투 예고”
중국의 향후 권력지도가 그려질 제19차 공산당대회를 앞두고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위상에 대해 해외 언론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왕 서기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그의 건재 여부는 시 주석의 권력 장악 정도를 명백히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마무리 된 중국 지도층 비밀 연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회의를 통해 사실상 30년 가까이 유지되던 원로정치 시대가 종지부를 찍고 시 주석 세력의 독주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오락가락하는 왕 서기의 거취에 대한 ‘뉴스’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중국 차이신(財新)망은 27일 왕 서기가 지난 14일 사망한 안즈원(安志文) 당중앙 고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장례식에는 장더장(張德江)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위정성(兪正聲)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 마카이(馬凱) 부총리 등 주요 인사들이 자리를 함께했고,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은 조화를 보냈다.
이날 보도가 주목되는 건 왕 서기가 시진핑 2기 지도부에서 낙마하게 됐다는 지난 24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 보도 때문이다. 요미우리는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시 주석을 비롯한 현 지도부와 당 원로들이 합의한 차기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의 명단에 왕 서기가 빠졌다고 전했다. 중국이 주요 인사의 동정 보도를 통해 권력관계를 가늠토록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차이신망 보도는 왕 서기의 낙마설을 반박하는 것일 수 있다. 차이신망은 시진핑 지도부와 가까운 매체로 평가된다.
왕 서기의 낙마설은 수차례 불거졌다.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재벌 궈원구이(郭文貴) 정취안(政泉)홀딩스 회장이 지난 4월 왕 서기 가족의 비리를 폭로한 이후 상황이 대표적이다. 왕 서기는 5월 13일 라오스 대통령과의 회견 이후 중국 관영매체에서 사라졌고, 6월 초 시 주석의 정신을 배우기 위한 기율회 회의 참석자 명단에도 이름이 없었다. 베이징(北京) 외교가에선 시 주석이 올해 69세로 7상8하(七上八下ㆍ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관례에도 저촉되는 왕 서기를 내쳤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는 6월 22일 시 주석의 신뢰가 두터운 천민얼(陳敏爾) 당시 구이저우(貴州)성 서기를 대동한 채 관영 CCTV에 모습을 드러냈고, 얼마 후 쑨정차이(孫政才) 충칭(重慶)시 서기가 해임됐다. 때마침 관영매체들은 일제히 궈 회장 비난전에 열을 올렸다. 베이징 외교가에서 이번엔 “시 주석이 왕 서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여줬다”는 정반대의 평가가 나왔다. 왕 서기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만큼 조만간 또 다른 호랑이(권력 실세)의 낙마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적지 않다.
이달 중순에도 주잉궈(朱英國) 중국공정원 원사의 영결식에 중국 최고지도부 중 왕 서기의 조화만 빠진 것을 두고 신변이상설이 돌았다. 당시 이를 보도한 베이징청년보는 반부패 드라이브의 주요 타깃 중 하나였던 공산주의청년단을 배경으로 한 매체다. 뒤이어 요미우리의 보도가 나왔고, 이번엔 차이신망이 사실상 왕 서기의 건재를 보여준 셈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 주석 찬양에 몰두하겠지만 해외 언론들의 최대 관심사는 왕 서기의 거취일 것”이라며 “시 주석이 1인 지배체제를 강화했다지만 중국 정치의 특성상 왕 서기의 입지 문제는 당대회 개막 직전까지 치열한 권력암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