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 등 예금 신뢰 뿌리깊어
현금 9579조원 은행에 묻혀
소액 비과세 등 투자 유도에도
젊은층 70% 이상 “주식 불필요”
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이른 일본에선 초ㆍ중학생과 부모가 함께 배우는 ‘투자세미나’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 정부가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를 도입하는 등 국민의 투자의욕을 유도하기 위해 각종 혜택을 제시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마이너스 금리시대 개인의 자산운용 능력을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투자의 장단점을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장려하는 게 배경이다.
지난달 26일 자산운용회사 닛코(日興)에셋매니지먼트가 도쿄에서 개최한 ‘여름방학 가족 자금연구교실’에는 부모와 함께 온 초등학생 20여명이 ‘투자게임’에 몰두했다. 가상의 과자메이커와 자동차회사 등의 실적을 예측하고 주식을 사 운용 성적을 겨루는 형식이다. “폭염으로 얼음이 잘 팔리면 주가가 오를지도 몰라요” “신차를 출시했는데 관심을 못받으면 어떻게 되죠?” 날씨와 환율의 움직임을 참고해 주가를 예상하는 게 흥미진진하다며 실제로 투자를 해보고 싶다는 초등학생, 각종 금융상품 투자가 필요한 시대지만 해본적이 없어 아이에게 지식을 쌓게 해주려고 왔다는 40대 주부까지 다양한 가족들이 참석했다.
일본에서 투자교육은 3~4년 전부터 강조되는 분위기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중학교 새학습지도요령에서 기업경영을 지탱하는 투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도록 하고 있으며, 도쿄증권거래소가 개최한 ‘부모자녀 경제교실’엔 2014년의 일곱 배인 350여 가족이 참가했다. 2014년부터 초등ㆍ중학교에 투자교육 강사를 파견해온 일본증권협회는 첫해 18개교였던 게 2016년 121개로 늘어날 만큼 반응이 뜨겁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들은 ‘예금에 대한 믿음’이 뿌리깊은 일본인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올해 3월말 일본은행 통계를 보면 개인금융자산 중 현금예금은 932조엔(약 9,579조원)에 달해 10년전보다 150조엔이 증가했다. 이에 예금에서 투자로 전환을 유도하려는 일본 정부는 2014년 연간 120만엔 투자액을 한도로 5년간 주식 및 투자신탁 매각이익과 배당금을 면세해주는 NISA를 도입하고, 지난해엔 ‘주니어 NISA’(미성년 자녀나 손자명의 계좌 연간 80만엔 비과세)도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층의 투자의욕은 반응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NISA 관련계좌는 3월말 현재 1,077만 건(구매금액 10조엔)에 이르렀지만 60대이상 연령대의 매입액이 60%로 20~30대는 11%선에 불과했다. 일본증권업협회 조사에선 20~30대층 10명중 7명이 넘게 투자를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관련지식이 없다”거나 “손해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성장기업도 일시적 주가하락을 동반한다. 과민반응해 마이너스금리시대 투자를 멀리해선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예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점에서, 신중하기로 유명한 일본 젊은층은 여전히 마음을 열지 않는 분위기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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