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여중생 25일 밤 8층 건물 옥상서 투신
유족, 가해자 처벌해 달라며 고소
경찰, 성폭행 등 확인된 건 없다…경위 조사 중
학교 측 학생 격리 등 조치 안 해 화 키웠다 지적 나와
대전의 한 여중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친구가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실이 주위에 알려져 괴롭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학교 측은 관련 학생 간의 격리 등 심리적 안정을 위한 조치를 적절치 하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25일 오후 9시 20분쯤 대전시 대덕구 송촌동 한 건물 바닥에 A(16)양이 머리 등을 다쳐 피를 흘리며 쓰러진 것을 행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119구급대는 A양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했지만 치료 도중 결국 숨졌다.
A양은 이날 학원을 마친 뒤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 것으로 파악됐으며, 옥상에선 A양의 책가방과 신발이 발견됐다.
경찰은 A양이 유족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유족들이 “딸이 지난 2월 20대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함께 있던 같은 반 친구 B양이 동영상까지 촬영했다”고 진술한 점 등으로 미뤄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유족들은 A양이 최근 방학이 끝난 뒤 학교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자살을 했으니 처벌해 달라며 지난달 말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경찰은 성폭행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신중을 기하고 있다. B양은 해당 중학교 학교폭력위원회와 경찰조사 등에서 “당시 남성이 시켜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성폭행 여부에 대해선 뚜렷하게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의 중요 증거가 될 동영상이 A양과 B양의 휴대폰에서 발견되지 않는데 따라 문제의 남성 휴대폰으로 촬영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현재 해당 남성의 신원은 파악했지만,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과 B양을 상대로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했지만 상반된 주장을 해 증거수집을 위해 휴대전화 등을 제출 받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폭행 여부는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해당 남성의 소재를 파악하는 한편, 증거자료를 수집하고, 유족, 학교 측을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중학교 측은 지난달 24일 A양이 상담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친구가 동영상을 촬영했다”고 호소함에 따라 성폭력 상담기관인 해바라기센터에 신고했다. 이달 중순에는 학교폭력위원회를 열어 B양 등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개학한 뒤에도 A양과 B양을 격리하기는커녕 한 반에서 함께 지내게 했다. 그리고 이틀 뒤 A양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 측이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A양 사건이 제기된 이후 절차에 따라 신고 등의 조치를 취했다”며 “다만 숨진 A양은 학폭위에 나오지 않았고, B양의 진술도 오락가락해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격리 등의)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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