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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이 두려워진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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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이 두려워진 기업들

입력
2017.08.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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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에서 법원이 ‘묵시적 청탁’을 유죄 근거로 판단하면서 정부의 각종 사업과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 거액을 후원해 온 대기업들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경제계에선 정부 정책에 따라 후원을 하더라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법적 책임까지 져야 하는 상황이라 기업 후원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개념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명시적 청탁이 없었더라도 대가 관계의 정황이 있으면 ‘묵시적 청탁’으로 볼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 공무원의 적극적인 후원금 요구 행위와 이에 편승해 거액의 후원금을 지원한 기업의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연결된 현안이 없는 기업이 있는지 궁금하다”며 “극단적인 예시이지만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차가 만일 정부에 거액의 후원을 하고, 계열사간 합병에 따른 오너 지분율 증가를 용인하는 식의 정책이 나온다면 나중에라도 뇌물로 인정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도 “순수한 의미에서 기부 또는 출연행위를 하더라도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올 수 밖에 없다”며 “국가적 이벤트인 평창올림픽 후원에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평창 동계올림픽은 개최까지 6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후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때문에 한국전력 등 전력 공기업들이 800억원을 지원하기로 나섰을 정도다. 재계 관계자는 “비인기 스포츠 종목의 경우 대기업 경영자들이 경기단체장을 맡아 거액을 후원하고 있지만, 앞으로 특정 종목의 특정 선수를 지원하는 것은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각에선 기업들이 국가 중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도적 장치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각종 정부 사업 때마다 불거진 강제모금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모금 절차가 투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후원한 기업에게도 세금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인기 스포츠 종목 행사에 현물후원을 하더라도 기업들이 부가가치세까지 내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공익이벤트에 대한 기업 지원이 지속되려면 정경유착 논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공익행위에 대한 과세 기준 등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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