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결핵 모네여성병원
면담 요청 한 번도 수용 안 해”
피해자 부모 두 달간 항의 집회
병원은 “국가가 책임지는 질병”
집회금지에 손해배상 소송 엄포
결핵 피해 책임 놓고 갈등 격화

영아 118명이 잠복결핵에 걸린 ‘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를 두고 피해자 부모들과 병원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결핵 발생과 영아 감염에 병원 쪽에 책임 있다는 게 부모들 주장. 하지만 병원은 전혀 책임이 없다며 완강히 맞서는 한편 병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계속할 경우 업무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모네여성병원 결핵 사태는 결핵 감염 사실도 모른 채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올해 6월 23일까지 신생아실에서 근무한 병원 간호사 신모(34)씨가 결핵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거졌다. 이 기간 신생아실을 거친 영아만 800명. 질병관리본부 1차 조사 결과 영아 118명이 감염은 됐지만 실제 결핵으로 발병은 하지 않은 ‘잠복결핵’ 양성반응을 보였다. 잠복결핵에서 발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영ㆍ유아의 경우 30~50%다.
피해자 부모 모임인 ‘모네여성병원결핵피해자모임’은 병원 앞에서 지난 두 달 동안 총 네 차례 기자회견 및 집회를 가지고, 병원 측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병원 측은 피해자 부모들의 면담 요청에 단 한차례도 응하지 않는 등 무응답으로 일관하다 17일 서울북부지법에 “병원 200m 이내에서 집회를 할 수 없게 해달라”는 집회 및 시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집회로 산모들이 안정을 취하지 못하고 있고, 국가에서 책임져야 할 결핵에 병원이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병원은 ‘피해자 부모들의 집회가 계속 될 경우 업무 방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모임 대표 정기태(40)씨는 “국가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있는 병원의 태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병원에서 공식적인 만남을 거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회,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 모임 측에서도 현재 병원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와 관련해 질병관리본부 측은 “제도상 허점 때문에 병원 측에 발생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1년에 한 번 이상 일반건강진단을 해야 하지만, 신씨는 해당 병원에서 근무(지난해 11월 21일부터)한 지 1년이 안돼 건강진단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피해자는 있으나, 가해자가 없는 황당한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여서 피해자 가족의 속이 타 들어가고 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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