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반대투쟁 1579일만에
마사회 “갈등 해소” 폐쇄 협약
‘학교 앞 도박장’ 논란의 대상이었던 용산 화상경마장(마권 장외발매소)이 연내 폐쇄된다. 용산구 주민들이 반대투쟁을 한 지 1,579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대책위)가 노숙농성을 시작한 지 1,314일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대책위는 27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화상경마장 추방농성장에서 마사회 등과 함께 ‘용산 화상경마장 폐쇄를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 마사회는 올해 안으로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고 건물(지상18층, 지하 7층)을 매각할 예정이다.
논란은 2013년 5월 마사회가 서울 용산역 옆 화상경마장을 학교, 주거지역 인근의 현재 위치로 이전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불거졌다. 마사회는 “성심여중고와 약 215m가량 떨어져 있어 현행법(교육환경보호구역 200m 내 경마장 설치 금지)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주민들은 “유해 범위는 그보다 훨씬 크다”고 비판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역시 2014년 6월 마사회에 이전 철회를 권고하고, 서울시의회와 용산구의회도 반대 결의안을 통과시켰으나 마사회는 2015년 개장을 강행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성심여중고 학생을 비롯 학부모, 교사, 용산구 주민과 대책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경마도박장 OUT’ 등 팻말을 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은정 성심여고 학부모회장은 “부모라 포기할 수 없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책위 공동대표 김경실(54)씨는 “노숙농성과 1인 시위 등 그동안 고생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간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율옥 성심여고 교장수녀 등이 주축이 된 대책위는 2014년 1월 22일부터 노숙농성을 이어 왔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협약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다시는 지역주민이 경마장과 같은 사행사업으로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에서 기념비를 세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양호 마사회 회장은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소통과 화합 차원에서 대승적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마사회관계자는 4년 이상 버티다 생각을 바꾼 데 대해 “‘공론과 합의에 의한 정책 결정’이라는 새 정부 가치에 적극 부응하기 위함이자 사회적 요구에 따른 마사회 혁신 의지”라고 전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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