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노트 시리즈에 독점 공급
노부타카 이데 와콤 부사장
“필압과 속도, 기울기까지 분석
전자서명 시장 도전할 것”
2011년 처음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노트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패블릿’(폰+태블릿PCㆍ5.5인치 이상 대화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주인공이다. 특히 본체에서 뽑아 쓰는 S펜은 널찍한 화면에 메모를 남기고 그림도 그릴 수 있어 갤럭시노트에 ‘패블릿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달아줬다. 지난 7년 동안 노트 시리즈 이용자의 필기구로 사용된 S펜은 가까운 미래엔 사용자 필기 습관으로 개인 서명을 구분하는 차세대 보안 인증 수단으로까지 활용될 전망이다.
노부타카 이데 와콤 부사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피에르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펜은 개인의 서명이 갖는 고유한 모양을 잡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며 “S펜의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와콤은 전자서명 시장에 도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콤은 일본의 디지털펜 전문 개발사로 갤럭시노트1 때부터 삼성전자에 S펜 기술을 독점 제공해 왔다.
S펜은 갤럭시노트와 함께 진화를 거듭했다. 9월 15일 출시되는 갤럭시노트8 S펜의 펜촉 두께는 0.7㎜로 2011년 1.6㎜의 절반 이하로 작아졌다. 펜이 인식할 수 있는 압력(필압)은 256단계에서 4,096단계까지 늘어났다.
전자서명 사업을 구상하는 삼성전자와 와콤의 자신감은 갈수록 섬세해 지는 S펜의 인식률에 기반하고 있다. S펜은 사용자 특유의 필기 습관을 분석할 수 있는 정도까지 발전했다는 게 삼성전자와 와콤의 설명이다. 이데 부사장은 “메모와 그림, 스케치는 기본적인 기능일 뿐”이라며 “필압과 필기 속도, 펜 기울기, 기울기 방향까지 분석하는 S펜이 강력하고 안전한 전자서명을 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S펜으로 쓴 전자서명이 본인 인증 수단을 대신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채원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 전무는 “삼성페이, 홍채ㆍ지문인식 등 기존 보안 기술과 S펜을 접목해 계약이나 사인이 필요한 기업간거래(B2B) 분야에서 전자서명 사업으로 영토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듣고 말하는 S펜’의 등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채 전무는 “음성 기능을 탑재한 S펜 도입을 고민하고 있고 관련 기술에 대한 공부도 하고 있다”며 “추후 서비스가 더 진화되면 정식으로 소개하겠다”고 덧붙였다.
뉴욕=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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