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배우 김선아에게 박복자와 김삼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곤란한 질문이 나올 때면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품위있는 그녀’ 속 복자로 빙의해 충청도 사투리로 너스레를 떨었다. 평소 말투에선 2005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속 삼순이의 모습이 엿보였다.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면서도 “캐릭터의 영향을 받는 것 같다”고 웃었다. 김선아는 무려 12년 만에 인생작을 경신했다. 5년쯤 지나고 나면 복자와 삼순이 중 누가 더 기억에 남을까.
“둘이 한 번 싸워봐야 알 것 같다(웃음). 누가 이길지 궁금하다. 복자와 삼순이는 성격이 다르다. 삼순이는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셋째 딸이다. 반면 복자는 고아로 입양됐다가 파양 당했다. 누구와도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 없는 외로운 인물이다. 삼순이는 화가 나면 바로 지르지만, 복자는 다 생각한 다음 행동한다. 머리는 복자가 훨씬 좋은 것 같다.”
‘내 이름은 김삼순’은 김선아의 연기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당시 50%를 육박하는 시청률과 함께 신드롬을 일으켰다. 김선아는 그 해 MBC 연기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후 ‘시티홀’(2009) ‘여인의 향기’(2011) ‘복면검사’(2015) 등에서 다양한 모습을 선보였지만 김삼순의 이미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어느 순간 ‘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현해 나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선아는 “캐릭터를 맡을 때마다 삼순이의 영향이 굉장히 컸다. 순간순간 시청자들이 원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지 않냐. 감독들이 ‘약간 삼순이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때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런 게 나쁘지 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삼순이의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일 수 있다. 스스로도 날 잘 모르니까”라고 덤덤해했다.

‘품위있는 그녀’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PD와 12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다. 사전제작 돼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1년 가까이 복자와 시간을 보냈다. 김선아의 SNS에는 복자의 사진과 영상이 가득했다. 그만큼 복자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내레이션이나 대사를 공유하고 싶었다. 홍보 차원도 분명 있지만, 시청자들이 캐릭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김선아는 복자를 단순한 악역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나쁜 사람은 많지 않다”고 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삼순이 역시 나쁜 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자를 ‘어른 아이’에 빗대 표현했다. “열 살 소녀 복자가 마론 인형 하나를 갖지 못해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이 나온다. 누명을 쓰고 파양 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지 않나. 자기 것이 하나도 없었던 거다. 복자는 그 때 시간이 멈춘 것 같다.”
마지막 회에서 복자를 죽인 진짜 범인은 안태동(김용건)의 큰 손자 안운규(이건우)로 밝혀졌다. 운규의 아버지인 안재구(한재영)가 대신 아들의 죄를 덮어쓰고 수감 생활했다. 김선아는 ‘범인이 왜 운규였을까’ 생각 해봤다. “운규가 또 다른 복자 같다. 운규도 복자처럼 외롭고 늘 혼자였다. 환경은 달랐지만 복자와 비슷했다. 심리학 교수인 운규의 엄마 는 사람들의 마음은 잘 꿰뚫지만, 정작 자기 아들의 마음은 잘 모른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극중 복자는 우아진(김희선)의 시아버지이자 대성펄프 안태동 회장의 돈을 노리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 처음엔 복자의 과거를 몰라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고. “솔직히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귀띔했다. 그런데 복자의 과거를 알고, 대선배 김용건과 호흡하면서 ‘이럴 수도 있구나’ 수긍이 됐다. 실제로 “설레었다. 설렌다는 건 복합적인 감정 같다”고 했다.
김선아는 복자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뛰어났다. 백미경 작가나 김 PD만큼이나 섬세하고 분석적이었다. ‘품위있는 그녀’의 메시지를 이렇게 짚었다.
“복자는 풍숙정 김치의 비밀인 조미료를 알았을까? 초반에 복자가 집에서 라면과 함께 총각김치를 먹는 장면이 나온다. 그 김치는 풍숙정의 김치였을까? 종갓집 김치일수도 있겠다(웃음). 마지막 회에서 깡패들은 풍숙정 김치를 주니 ‘조미료 덩어리!’라면서 안 먹었다. 반면 갤러리 대표 남편은 그 김치 없으면 안 된다며 비싼 돈을 주고 샀다. 겉포장만 보고 판단하는 거다. 어떤 사람이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지윤 기자 pla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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