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가 연출한 연극 ‘나는 너다’는 항일운동가 안중근과 그의 차남 안준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연극은 안중근이 이 시대의 영웅으로 위업을 남겼지만, 그의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비참한 삶을 살았던 이면을 조명한다.
2010년 초연한 이 작품은 독립운동가 김좌진을 외증조부로 둔 배우 송일국이 안중근과 안준생 1인2역을 맡으면서 화제가 됐다. 2011년, 2014년에도 송일국이 주연을 맡았다. 배우 박정자가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연기했다.
‘나는 너다’는 가족을 등한시 한 채 나라를 위해 헌신한 아버지 안중근과 ‘매국노’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던 아들 안준생의 간극을 보여준다. 안중근은 1909년 10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뤼순 감옥에서 순국했다. 안준생의 인생은 달랐다. 아버지가 남긴 업적으로 인해 일제 통치하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세 살 때 부친을 잃고 상해 임시정부가 있는 난징으로 망명한 뒤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했고, 정치선전의 도구로 이용당했다. 그렇게 중국에서 성장해 사업을 하다 친일파로 변절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그는 이토의 위패를 봉안한 박문사(현 서울 중구 신라호텔 자리에 있었던 일제의 사찰)를 찾아가 사죄한 것도 모자라 이토의 아들도 만나 고개를 숙여 민족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안중근과 안준생으로 1인2역을 연기한 송일국은 ‘나는 너다’의 재공연을 앞두고 동료배우들과 8박9일 간 만주로 향하기도 했다. 그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가 고구려 유적지를 비롯해 청산리대첩 유적지, 윤동주 생가, 발해 유적지 등 우리 민족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백두산까지 등정하며 ‘나는 너다’에 열정을 쏟았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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