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실형 5년 선고되자… 이재용은 담담, 방청석은 탄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실형 5년 선고되자… 이재용은 담담, 방청석은 탄식

입력
2017.08.25 18:40
0 0

남색 정장에 노란 봉투 든 이재용

재판 시작되자 고개 숙이고 한숨도

일부 방청객은 “엉터리” 고성

변호인, 상기된 얼굴로 “항소할 것”

특검 측, 별다른 반응 없이 퇴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주문을 읽는다. 피고인 이재용을 징역 5년…”

25일 오후 3시25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417호 형사대법정. 재판 55분 만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가 드디어 주문(선고)을 읽어나가자 곳곳에서 낮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정작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무표정했다. 130개 남짓 음절의 주문이 김 부장판사의 단호한 목소리에 실려 나오는 내내 이 부회장은 자리에 선 채로 얼어붙은 듯 정면을 응시했다. 법정은 정적이 흘렀다. 다른 피고인들은 모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운명을 결정짓는 마지막 순간 표정은 굳어있었지만 이날 이 부회장은 재판 시작부터 침통한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4개월 재판 내내 흐트러짐 없는 꼿꼿한 자세를 유지한 것과 달리 수시로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오후 2시29분 재판부가 입정한 직후 구속 중인 이 부회장이 들어섰다. 짙은 남색 계열 정장을 입고 노란 봉투를 들고 있었다.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20분 전 먼저 입정해 있었다. 변호인단도 일찌감치 자리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양재식ㆍ장성욱 특검보 등 특검 측 12명까지 착석을 마친 뒤였다.

오후 2시 45분쯤 김 부장판사가 “결과적으로 개별 현안에 관한 특검이 제시한 부정 청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문 초반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 부회장은 때때로 재판부를 쳐다 보고 물을 마시며 마른 입술을 축이고 립밤을 발랐다. 최 전 실장 등의 표정은 미동이 없었다.

이재용 공소사실에 대한 1심 법원 판단.
이재용 공소사실에 대한 1심 법원 판단.

김 부장판사가 본격적으로 뇌물공여 유죄 판단 부분에 관해 읽어 내려가자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들이 소리 없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지원을 유죄로 판단한다는 김 부장판사 말에 이 부회장은 고개를 바닥으로 세게 몇 차례 떨어트리며 한숨을 쉬었다. 박 전 사장 얼굴은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 올랐고, 장 전 사장 고개도 점점 땅으로 떨어졌다.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 후원금까지 재판부가 뇌물로 인정하자 이 부회장은 손으로 코를 훔치며 숨이 막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재판부가 주문 낭독 직전 양형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피고인 전원을 일으켜 세웠다. 김 부장판사가 “대통령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거나 무시하기 어려웠던 이 부회장의 사정을 참작한다”고 설명하자 이 부회장은 목을 앞으로 뺀 채 한숨을 쉬었다. 마침내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장 전 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되자 이들은 자리에 그대로 얼어 붙었다.

딱딱하게 굳은 표정의 이 부회장과 이 날 법정 구속된 최 전 실장, 장 전 사장이 교도관들과 함께 퇴정한 뒤에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한동안 못 박힌 듯 자리에 서 있었다. 재판을 방청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 한 명만이 “엉터리 재판”이라고 소리 지르며 침묵을 깨트렸다.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는 취재진을 피해 법원을 나섰다. 송우철 변호사는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법률가로서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항소하겠다”고 짧게 밝히고 법원 건물을 빠져 나갔다. 특검은 법정 안에선 묵묵히 판결을 들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